나는 닥치는 대로 집어먹으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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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다섯 시간 전, 나는 뉴욕에 마지막 남은 가스등이 내걸린 Upper East Side의 한 브라운스톤에서 잔치를 즐기는 사람들의 윤곽을 사진으로 만드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틀에 걸친 스타트업 강좌의 끝이었다. 재력 넘치는 투자자의 집에서 열린 쫑파티에는 파미지아노 레자노를 통째로 파놓은 것부터 갖가지 맛난 것들이 가득했다. 양일간의 트레이닝을 마친, 대체로 젊고 시끄러운 창업자들은 이 황금같은 네트워킹의 기회를 잡기 위해 으리으리한 대저택 벽을 메운 값비싼 미술과 산해진미에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는 닥치는 대로 집어먹으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보다 전에 본 행사가 열린 곳은 뉴욕타임즈 건물 23층이었는데, 통유리 밖으로 봄비가 내려서 운치가 있었다. 행사 내용이 담긴 사진은 올릴 수 없기에 틈틈히 쓸 데 없는 사진들도 찍어두었다. 사실 우리 스타트업으로 강좌 신청을 했었지만 강사의 유명세 때문에 투자가 좀 된 회사들 위주로 뽑았고 우리는 떨어졌다. 그래서 수강을 하는 대신 유인물 제작과 사진 담당으로 자원해서 강사 앤드류와 인연을 만들고 강의 내용을 모두 들었다. 이렇게 얘기하니 SBS에서 만든 청년 창업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고 좋구나. 그냥 그런 일이 있었던 것 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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