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움직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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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블로그에 매사를 다 늘어놓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블로그는 한다던 예전의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순전히 바빠서만은 아니다. 생활의 너무 많은 부분들이 <일> 카테고리에 속하게 되니 나누지 않을 말이 더 많다. 그리고 중간중간 남는 시간은 트위터가 그대로 가져갔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이 가져갔다. 세상이 그랬듯이 나도 단상이 아닌 길고 생각이 들어간 글 위주의 블로깅으로 습관을 바꾸고 있다. 이글루스를 벗어난 것이 아주 오래 전 일 같다. 글을 덜 쓰지만 이글루스 당시의 트래픽은 이미 다 회복했다. 확실한 글을 만들어야겠다.

요새 노래를 거의 듣지 않는다. 어제 짐을 싸다가 더 이상 아이팟 클래식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놀랐다. 굳이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사운드클라우드나 스파티파이로 그 곡이나 한 앨범만 듣고 끈다. 대신 프로그래밍 영상 같은 걸 본다. 소설도 읽지 않은 지 몇 달이 됐다. 시간을 모았다가 영화관에 간다. 그런데 예전처럼 어렵게 들인 습관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다시 여유가 틔면 (아니, 여유는 계속 없을 지 모르지만 마음이 동하면) 그 때 하리라 생각한다. 그게 옳은가? 예전에는 이런 데 대답이 ‘아니오’면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이제는 움직여진다. 100%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 행동하려는 강박은 완벽주의가 아니다. 파도를 확인한 후 그리로 뛰어가는 식으로는 서핑이 되지가 않는다. 그냥 행동부터 한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치즈버거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