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복을 입지 못했다.

아침에 필라델피아에 갔다가 새벽에 돌아왔다. 날은 점점 추워졌다. 내복 바지를 챙겨갖고 갔지만 이상하게도 갈아입을 시간이 잠시도 나지 않았다. 제레미(나중에 소개하겠다)가 트렌튼까지 마중 나왔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타이 음식점은 처음 생겼을 때에는 흰 벽에 회색 식탁이 듬성듬성 놓여서 부엌에서 타이 음식이 나올지 뭐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마치 타이 음식점이 아닌 척을 하고 있는 곳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 해를 넘기면서 조금씩 장식을 하더니 이제는 붉은 벽에 울긋불긋한 꽃가지 장식, 화장실 길목에는 부딪히면 아플 정도로 무거운 나무 발까지 단 도로변의 명물로 자리잡은 모양이었다. 맛은 평범했지만 어깨에 긴장이 쫙 풀리는 좋은 식당이었다.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작년 여름 테스를 보러 간 이후 필리는 처음이었다. 중고 가게, 길거리 과자점, 골동품 가게, 번듯한 과자점 순으로 가게에 들렀다. 전부 수십 년 된 가게들이었다. 골동품 가게에서 88년 미국 총기 알마낙 같은 것이 있길래 사고 싶었지만 너무 무거워서 포기했다. 최근에 뭔가가 하고 싶어졌지만 너무 어찌어찌해서 포기했다는 말을 뭔가를 발견하기도 전부터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다. 저녁으로 먹은 라멘은 유명세에 걸맞게 맛있었고, 돌아오는 길은 더 추웠다. 너무 추워서 뉴악 기차역 화장실에서 내복을 입으려고 했지만 노숙자들이 칸을 모두 차지하고 열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