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케임브리지에 가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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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사관과 당직병으로 수많은 밤을 함께한 HH 형과 나는 군생활 내내 통하는 사이였다. 형이 늘 챙겨준 덕분에 매년 한두번씩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형수가 집을 비운 틈새를 노려 케임브리지의 신혼집에 놀러 갔다. 대학원 부부의 실물 크기 행복이 꼼꼼히 깃든 집에서 사흘 잘 지내다 왔다. 형은 들깨 된장찌개를 끓이고, 당면이 든 수제 에그롤과 압력솥 현미밥, 장아찌 몇 종의 풍요로운 저녁을 대접해주었다. 저녁에는 곡주와 과실주를 주고 아침에는 갓 구운 끼쉬에 단 사과사이다를 주고, 보스턴은 여러 차례 갔었지만 케임브리지는 잘 모르는 나를 차에 싣고 종일 같이 돌아다녀주었다. 나는 고마운 일을 당하면 좀 곤란해하는 편이었는데, 형을 비롯해 나누고 베푸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을 가까이하다보니 좀 더 편안하게 고마워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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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치

    고마움을 느끼는 데 익숙해 지는건 어렵죠. ㅠ 매번 한참이나 지나서야 고마워지더라구요.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1. 김괜저

      맞아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