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운을 읽는 친구가 있다. (1/2)

14 03 15 People of Craigslist WEB - 052105

아떠라는 친구가 있다. (Arthur를 ‘아서’라고 표기하면 어딘가 쓰다 만 느낌이 나서 싫다. 내 이름 Keith도 ‘키스’라고 하면 안 된다. 키뜨, 그러므로 아떠. 게다가 이 친구는 스페인어 이름 아뚜로가 본명이기도 하니까.)

아떠를 처음 만난 것은 올 초. 부쉬윅에 살던 방을 Craigslist에 내놓았을 때 처음 연락 온 사람이었다. 나는 종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방을 보여주느라 일에는 손을 못 대고, 무심하게 Portlandia를 보던 중이었다. 아떠는 그걸 보더니 자기가 포틀랜드 살았을 때 그 쇼에 엑스트라로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같이 그 장면을 찾아보니 정말이었다. 주인공들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요가를 배우는 뒤에 서서 진지하게 요가를 하는 역할이었다.

그는 스물 두 살이고, 사진작가였다. 사진기랑 잡지 얘기를 한참 했다. 이사 가기 아깝게 공을 많이 들인 내 방 구석구석 관심을 보였다. 나중에 The Selby처럼 방에 있는 내 모습을 찍는 걸 할 생각이 없는지, 그런 얘기를 했다. 잡담하는 데 시간을 너무 오래 써서 다음 사람이 올 시간이 가까워왔다. 나는 부랴부랴 거실과 화장실, 부엌 이모저모를 보이고 설명했다.

— 여기 정들기 좀 어렵겠다, 아떠가 말했다. 왜?

— 이전에 살던 연인들이 계속 살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긴 싫은데, 그냥 기운이란 게 있어.

촉이 좋구나. 그 아파트는 천정이 높으면서도 포근하지만, 예전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 애매하게 묻어 있어 완전히 내 집 같은 느낌은 좀체 들지 않는 곳이었다. 같이 사는 친구들과도 항상 그렇게 얘기하곤 했다. 야라는 특히 청소해도 청소한 느낌이 나지 않는 게 싫다고 했다. 전 세입자들 카펫이나 가구 같은 걸 그대로 물려받아 쓰고 있기도 했고, 당연히 얘기는 안 했지만 화장실 천정 구석의 곰팡이가 심해지는 등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하던 참이었다. 아마 방은 딴 사람한테 가겠구나 생각하며 그를 보냈다.

거의 열 명 가까운 사람들이 방이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내 친한 룸메이트들과 잘 맞을 것 같은 이가 없어 고민하며 몇 주가 흘렀다. 결국 엔젤라의 친구가 방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열쇠를 넘기고 나왔다. 이사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이 집에 예전에 살던 커플의 마음이 이해가 될 정도로 그 터를 뜨기가 좀 어렵다는 것이다. 짐을 다 싼 것 같은데 몇 개가 또 없다던지, 누구 것인지 모르겠는 애매한 짐들이 나온다던지, 트럭을 불러도 꼭 여러가지 장애물이 생겨서 계획한 대로 한 번에 시원하게 이사를 하지 못하고 몇 주에 걸쳐 질질 끌었다. 반 년이 지난 지금도 내 짐들 중 일부는 그 집에 남아있는데 부쉬윅까지 가서 회수할 기회가 없어 그대로 있다.

이사하고 두 달 뒤, 내가 평소에 앉아서 작업하던 예전 방 구석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계속)

  1. aodwl

    계속!? 그 다음 글은 어디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