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말인가 한다.

14 11 27 Subtle Thanks WEB - 041512

연말이다. 머리가 연말과 서울을 묶어서 연상한다. 연말에 서울에 가지 않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신호를 보낸다. 연말에 모임을 한다는 공지가 들린다. 연말에 한국에 오냐는 질문을 받는다. 보고 싶다는 소리를 듣는다.

연말이 아닌가. 게다가 나는 한국 일을 몇 가지 하는 중이다. 한국 브랜드와 관계된 사진 일이 있다. 또 한국에서 볼 웹사이트를 짓는 일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어떤 새로운 출판물에 참여할지 모르는 좋은 가능성이 있다. 나를 한국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연말을 맞아, 나를 한국에 가끔씩이나마 오는 사람으로 분류할지, 한국은 가끔씩만 오는 사람, 아니면 한국에 곧 올텐데 얼마나 버틸지 두고 볼 사람으로 분류할지 잠깐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는 매일 하는 생각이다.

연말이 틀림없다. 내 머리속 한국이란 곳은 2014년에 영 좋지 못한 곳에서 끊임없이 팔팔 끓었다. 2014라는 숫자를 정말 자주 말하고 자주 들었다. 뭔가의 꼭지점이라는 것이겠지. 2007년이 그렇듯 자주 되돌아볼 한 해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격동했다. 학생짓을 끝냈고 취업과 사업을 거의 동시에 시작했다. 아빠가 퇴직했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겁을 눌러놓기 위해 하찮은 것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마음은 제어가 쉽지 않아 그냥 절전 모드로 두었다.

연말이 왔다. 영하로 내려간다. 기차역에서 아이스커피를 시키고, 기차에서 전자책을 읽으며 급하게 마시고, 내릴 때 쯤 래리턴 강에 진눈깨비가 이는 것을 보고 덜컥 후회한다. 왜인지 알 수가 없이 불안할 때가 있다. 알 수가 없다기보다 굳이 초점을 맞추기 싫어서 흐릿한 불안함이다. 우리 엄마가 내 나이부터 평생 갖고다니는 그 불안함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