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를 뚫고 바다에 갔다.

비가 주말 내내 왔다. 망할 것처럼 쏟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비였다. 제시카와 카일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계획대로 가는 거 맞지?

제시카와 카일은 늘 ‘제시카와 카일’로 불린다. 오늘 제시카와 카일 온대? 제시카와 카일 생각은 어때? 둘 중의 한 명만 자리에 나오면, 카일은 어딨어? 제시카는 어쩌고? 이런 질문을 받느라 피곤해진다. 제시카는 수영복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이나 아이스크림 포장지처럼 몸이 안 보이게 펑퍼짐한 옷, 두 가지만 입는 아가씨다. 카일은 역사나 정치 얘기를 할 때 양 손을 플레밍의 오른손 왼손 법칙처럼 펴고 허공에 휘젓는 청년이다. 제시카는 짧은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필리피노 혼혈이고 카일은 구레나룻이 광범위한 레드헤드다. 둘을 따로 만났으면 머리속에 엮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 같은데, 함께 보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부쉬윅에 살 때 이웃이기도 해서 늘 같이 놀았는데, 요즘은 나도 뉴저지로 옮기고 야라도 리지우드로 (그것도 마르씬의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일부러 일을 만들지 않으면 볼 일이 적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여름과 잘 작별했다는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롱아일랜드 최북단 Southold 바닷가에 카일네 조부모 소유의 해변집에 놀러가는 걸로 했다. 나는 정반대인 뉴앜에서 홀로 출발했지만 가는 기차에서 마주쳐 합류하고, 기차역에서 승합차로 합류하고 하면서 가까워질수록 시끌벅적하게 갔다. 대서양에 도착했다.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