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마른 상태로 영화관에 들어갔다.

이름난 스타트업 어드바이저에게 우리 사업인지 뭔지를 보이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약속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다음주로 미뤄지고 말았다. 그렇게 갑자기 시간이 비어 <디어> 4호를 일단 애독자 레일린님에게 배달하고,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톰 하디 주연의 The Drop. 예고편을 적어도 세 번 이상 보았지만 어떨지 감이 잘 오지 않아 딱히 봐야겠단 계획은 없던 영화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 몇 주째 간절히 보고 싶은 영화가 단 하나도 없어 목마른 상태였다. 따뜻한 차를 사서 마시면서 영화관에 들어갔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개꿀잼이었다—여기서 개는 진회색 핏불테리어를 말한다. 일단 톰 하디는 연기를 잘했다. 톰 하디나 누미 라파스나 브루클린 억양을 조금 지나치게 연기하고 있음이 거슬린다기보다 재미있었다. 앤드류 가필드나 애런 테일러 존슨처럼 타지인이 미국인을 애써 연기할 때 그야말로 우리 마음속의 미국인이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디의 살짝 과장된 억양은 약간의 뻥이 가미된, 범죄냄새 나는 거친 어두운 브루클린 상상도를 아주 잘 그려내었다. 하디는 명배우 제임스 간돌피니 (이것이 그의 마지막 작품) 옆에서도 돋보였다.

연출보다 각본이 좋았다. 대사와 소품이 악보에처럼 조심스럽게 올려진 듯한 부분들이 제법 있었다. 가톨릭 죄의식이 옅게 깔린 텍스트에 이민자와 브루클린 BAR(말 그대로)까지 덧입히니 좋아할 게 많았다. 워낙 유명한 데니스 르헤인(Gone Baby Gone, Shutter Island)이 원래는 단편소설로 썼던 것을 각색했다고 한다. Animal Rescue라는 제목의 이 단편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길래, 돌아오는 전철에서 읽어보았더니 역시 가장 괜찮은 부분들은 이 짧은 단편에 다 들어있었다. 영화에서 원작과 크게 달라지거나 새로 추가된 인물이 두 명 있는데, 하나는 풍부하게 살아났고 하나는 그러지 못했다. 작가는 영화를 토대로 이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재차 만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