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훌륭한 책상 다리로 꼽겠다.

책상 다리에 대해서라면 풍월을 읊는 수준은 된다. 책상 다리만 파는 동대문시장에서 어떤 언니가 날 거칠게 붙잡으며 「어디까지 보고 오셨어요?」라고 하면 자신있게 「다요, 다 봤어요」라고 대꾸할 수 있다. 이태리 장인들이 만든 날렵한 디자인부터 정통 목공의 맛이 살아 있는 원목 기둥다리, 철근을 굽혀 만들어 용광로 불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인더스트리얼’한 다리까지, 찾아보지 않은 것이 없다. 나에게 책상은 침대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고, 몇 배는 더 과학이기 때문이다.

넓적한 면을 어떻게든 허리춤에 수평으로 띄워놓으면 되는 것이 책상 디자인이니 솔루션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나처럼 「상판을 구하고 다리를 사서 붙여서 싸게 싸게 뚝딱 만든다」같은 필터를 적용하면 선택지가 많이 줄어든다.


IKEA Krille


HABITAT Nic


Hairpin legs


Home Depot sawhorse

그렇다면 좋은 책상 다리란 무엇인가? 그것을 알려면 좋은 책상이 무엇인가에 먼저 답해야 한다. 나에게 좋은 책상이란,

  1. <컴퓨터용 공간>과 <수작업용 공간>, <간단한 식사용 공간> 등의 다양한 기능을 때에 따라 동시 다수 수행하면서도 어지를 공간이 남게끔 넓어야 하고,

  2. 벽에 붙여도, 방 한가운데로 끌어놓아도 좋은 쌍축 대칭의 설계, 그리고 탁상면의 네 꼭지점과 다리가 바닥에 닿는 네 점으로 형성되는 육면체가 직육면체에 가까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어야 하며,

  3. 흔들리거나 쉽게 밀리지 않는 안정적인 모양이면서도 의자와 사용자의 다리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이 탁상면 아래가 최대한 열려 있어야 하고,

  4. 쉬운 이사를 위해 분해와 조립, 운반이 용이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책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 중에 저렴하고 쉽고 모양까지 마음에 드는 솔루션은 두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어있었다. 하나는 위 세 번째 사진인 Hairpin leg인데, 공장에서 바로 주문하면 가격도 싸고, 기능도 훌륭하다. 단점은 요즘 너무 시크-가난한 가구의 전형처럼 되어버려서, 잘못 사용하면 너무 뻔해진다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선호하던 배관용 파이프 다리같은 것보다도 더 만들기 쉬우니 유행을 너무 탄다.

또 하나는 마지막 사진처럼 공사현장에서 쓰는 모탕(sawhorse)을 두 개 사서 책상을 걸치는 것인데, 이 경우 모탕에 상판을 틀림없이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리가 넷 아닌 여덟이 되는 꼴이기 때문에 충분히 큰 책상을 만들 때에야 말이 된다.

그러다 최근 헤어핀 다리와 모탕 방식을 합쳐놓은 것 같은 제품을 접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한 이상적인 책상다리에 가장 근접하는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판때기도 책상으로 변신시키는 다리>라는 예상가능한 슬로건을 내건 이 다리는 보시다시피 연결부위가 클램프로 되어 있어서, 꼽고 조이면 끝이다. 헤어핀 레그의 각도-실루엣과 철제 모탕의 ‘산업느낌’을 합친 듯한 이 다리. (‘산업느낌’ 힙스터들 마음 속 한 번도 안 가본 고향인 디트로이트에서 만들기까지.) 지금으로서는 나는 이 제품을 가장 훌륭한 책상 다리로 꼽겠다.

  1. 이정훈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 사막꽃

    다리 길이 조절까지 된다면 훌륭함에 한발짝 더 가까워지겠군요.

  3. Boree

    해외 배송 받으면 무지막지하게 뛰려나요..

  4. 김괜저

    우리 알잖아요 무거운 것의 해외 배송이란 그것 …

  5.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6.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7.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8. 아, 이번에 작업 공간 제대로 꾸미려고 하는데 홈디포 sawhorse다리 딱이네요. 아키아보다 훨씬 멋져요.

    1. 김괜저

      작업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은 토목현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