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후감 탓을 하고 싶다.

자연과학을 읽어도 사회과학을 읽어도, 소화기관에 ‘인문학’ 처리기가 달렸다면 뭐든 보잘것없는 개인 감상으로 저장, 배출하고 마는 수가 있다. 독후감 쓰는 법을 그렇게 배운 탓을 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범지구적 부의 불평등에 관해 이런 연구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리고, 이런 행동을 주문한다. 그리고 내가 느낀 점은 아, 세상은 참 내가 접하는 시각과 다를 수 있구나…….」 아니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저자가 이러쿵 저러쿵 책을 썼는데 내가 느낀 점은 아, 인간이란 참 이기적이구나…….

저자의 현실이 나의 현실이고,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이 현실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그냥 좋은 책을 읽었다, 큰 교훈을 얻었다, 이러고 말기 쉽다. 이것은 저번에 나온 얘기에 붙여 <공감 위주 지식처리>의 문제라고 해 두고 싶다.

  1. 이 글을 보고 내가 느낀 점은 아, 역시 안일한 독서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구나. 좋은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