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픽션이라고 백사십자 이하로 소설 쓰는 그런 게 있는데 거기서 하는 트위터픽션페스티벌이라는 것에 다녀오는 길이다. 출판 쪽 행사와 테크 쪽 행사를 반반 섞어놓은 분위기는 사실 무척 징그러웠다. 왜냐하면 내 머리속에서는 항상 한 쪽을 충분히 마취한 채 다른 쪽을 돌리는데, 두 개가 섞여 있으니 그게 좀 힘들었고 혼자 간 터라 한쪽으로 몰입을 도울 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이었다. 그런 기분에서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을 구연하거나 공연을 한 사람들도 그닥 훌륭하지 않았다. 트위터픽션, 그거 혹시 미래 아닐까, 했던 헛기대가 마땅히 맥주에 풀려 없어졌다.
그렇다고 시간이 아까웠다는 건 아니고 좋은 부분도 많았는데도, 끝나고 나오는데 약간 별 볼 일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께 미셸 공드리가 <무드 인디고> 무대인사를 하러 온대서 IFC에 갔다가 돌어오던 기분과 비교하니 더욱 그랬다. <무드 인디고>는 특출나지 않은 영화였고 미셸 공드리는 그냥 손재주 좋은 제페토 할아버지 같은 아저씨로 느껴져 감동을 느꼈달 만한 구석은 없었지만, 수많은 ‘씨네필’들과 ‘프랑코필’들이 트위(twee)한 감수성에 주파수를 맞추며 그를 착한 일 많이 하는 신부님처럼 바라보는 데에서 나오는 진정성있는 기운이 사실 무척 편안하고 따뜻했다.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그에게 원작과 울리포의 관계, 또는 촘스키와 사르트르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 달라고 질문하고, 끝나고 나서는 한줄을 서서 인생의 불어를 동원하여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런 기운. 팬심처럼 각주 없는 또렷한 감성이 들어찬 공간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일도 진동을 한다.
뉴욕에서 누군가의 정체성은 어떤 파티에 가느냐에 크게 달렸다. 의자들이 밤마다 수천 개씩 접었다 폈다 하는 뉴욕에선 적어도 그 중 어디에 있는 의자에 가 앉을까 하는, 꽤 의미있는 선택이 있는 것이다. 트위터픽션에서 앉았던 의자는 일어나면 등받이가 기울면서 걸었던 외투를 흘리게끔 되어 있어 음료가 무료였는데도 몇 번 가지를 못했다. 트위터도 좋고 픽션도 좋지만, 두 가지를 살짝 휘저어 놓고 새로운 것이라고 자축하는 자리보다는 아직 오리지날에 많이 가야 할 때라는 것을 느꼈다.
“뉴욕에서 누군가의 정체성은 어떤 파티에 가느냐에 크게 달렸다.”
이 문장 정말 좋아요!
서울에서의 정체성은 어떤 술자리에 끼는냐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잔이 밤마다 수천 번씩 부딪쳤다 껶였다 하는 서울에선 적어도 그 중 어디에서 잔을 부딪칠까 하는, 아주 의미있거나 허무하거나 극과 극의 선택인 경우가 많죠.
저는 “그(미셸 공드리)를 착한 일 많이 하는 신부님처럼 바라보는 데에서 나오는 진정성있는 기운이 사실 무척 편안하고 따뜻했다”가 참 좋네요. ^____^ 저도 그렇게 바라보게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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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ou need to cut the fat in your prose bro!
2. Sure hit me up on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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