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동창들은 강남에서 만났다.

고등학교 동창들과는 작년까지처럼 크게 모임을 갖지는 않았지만, 두세 번 모였다. 먼저 SE이 자리를 만들었다. 도사, 여랑, 성봉 이렇게 딤섬과 탕을 먹고 나중에 부상을 입은 오스깔이 합류하였다. 술 한 잔씩 시켜 놓고, 두영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가면서 안부를 물었다. 새로 머리를 한 여성들은 좌우로 고개를 격하게 흔들어 머리를 찰랑거리는 행위를 하였고 나는 그것을 연속사진으로 만들었다. 나는 지난 여름 샌프란시스코 여행 내내 같이 다니며 놀았던 SE 친구들의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려 원망을 받았다. 뉴욕은 뉴욕의 시간이 있고 서울은 일년에 한 번씩 일시정지·재생되는 기존의 시간이 따로 있는데, 여행지의 시간은 선을 이루지 못하고 점점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기억들과 함께 수납하기 애매할 수 있다고 열심히 변명하였고, 그 결과 더욱 지탄을 받았다. 그 며칠 후에는 오스깔, 세주, 희경과 새로 만나 곱창을 먹었다. 오스깔과 세주와는 한국에 있는 동안 매일같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바쁜 척을 많이 하게 돼서 그도 여의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