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에 김을 쏘인 것이다.

강남에서 군대 사람들을 모아 만났다. 나를 기준으로 고참부터 신입까지 수십 기수에 해당하는 친구들이 이처럼 연말이라고 모인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내 그 사무실, 그 영외자 얘기를 하면서 다들 친해졌다. 복학한 동생들도 전부 안색이 좋고, 일 시작한 이들은 미간에 치열한 게 생겼다. 연구실 Y는 아오 연구실 아오, 광고기획사 유스케 형은 아오 광고기획사 아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데 뭉쳐 반가운 마음에 더해, 복무 기간동안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동료 병사 형과 여장교의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이 드디어 연초 결혼이란 결실을 맺게 됨에 따라 모두가 이삼 년 남짓 된 얕은 추억의 온탕에일자로 누워 뜨끈하게 마음에 김을 쏘인 것이다. 연료로는 삼겹살, 예거밤, 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