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렀다. 칠월에 지냈던 호스텔에 좋은 기억이 남아서 같은 곳에서 잤다. 저녁 늦게 떨어져서 다음 아침에 바로 출발하는 짧은 시간이라 근처 다이너에서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앉아서 글을 좀 썼다. 원래 밤늦게 친구와 만날 약속을 했었는데, 피차 일정에 무리라 그만두었다. 신기하게도 여름에 썼던 침대를 그대로 배정받았다. 옆 침대에 누운 중년 아저씨는 밤새 욕정에 가득찬 잠꼬대를 했다. 새벽에 한 번 더 다이너에 가서 오렌지 카라멜 푸딩을 먹었다.
한국행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들 중 한국계 중년 여성 분들이 많았는데,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말들이 들어간 옛날 느낌 안내방송을 읊는 모습, 특유의 격식없는 서비스가 무척 좋고 편했다. 「우리 승무원들이 이제 커피와 차 써비스를 하겠습니다. 커피를 가지고 지나갈 때 크림 오아 슈가라고 말씀해주시면 서비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누들 다 떨어졌어요. 치킨 드세요」
비행기에서 총합 열일곱 시간을 보내면서 영화 네 편을 보았다. 음반 하나를 골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뜨지 않고 들어보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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