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졸리고 배도 부른 상태였다.

오늘 아침 우편으로 취업허가증을 받았다. 이것이 있어야 안심하고 출국을 할 수 있는 것인데, 단 사흘을 남겨놓고 받았으니 적당히 극적이라 흡족하다. 사실 지난 이 주 동안 학교를 포함해 올해 벌여놓은 일들이 한꺼번에 마무리를 기다리며 머리에 쌓여 있어서, 쓸 신경도 없었다. 이제야 연말 일정을 가다듬고, 집안을 정리하고, 짐을 꾸린다.

어제는 잠을 안 잤다. 냉전 시절 봉쇄정책에 대한 기말 페이퍼를 쓰느라 도서관에서 밤을 보냈다. 아는 것 별로 없는 분야를 갑작스럽게 파다 보니 힘든데 또 목적에는 지나치게 재미가 있어서 효율은 무척 떨어졌다. 도서관 지하에는 기말고사 후반부의 헤롱헤롱한 공기가 꽉꽉 들어차있었는데, 이제 여기서 새벽을 샐 일은 확실히 없다는 애틋함에 잠기지 않기 위해 계속 힘을 주고 있었더니 아침에 풀려날 때 몸에 기운이 다 빠지고 없었다. 체육관에 들러서 샤워만 하고, 곧장 Washington Heights에 사는 Brian 집에 놀러갔다. 스트레잇 업 갱스타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언은 비디오 촬영 일과 헬스클럽 코치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그 두 사업을 뭉쳐서 선전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했다. 나와 몇 번이나 만나서 계획을 짰는데, 내 다른 일들 때문에 자기가 우선순위에서 쭉쭉 밀려나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파스타와 맥주 등을 대접받고, 졸리고 배도 부른 상태에서 나란히 앉아서 음악을 들었다. 점심 먹자마자 무섭게 떨어지는 겨울 해가 비스듬히 비췄다. 발정난 암고양이가 식탁 주위를 돌면서 내내 앓는 소리를 냈다. 올 한 해 동안 내내 재촉해 온 시간이 이제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