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전하는 블랙홀의 작용권 안에서 빛의 속력 이상으로 끌려가기 때문에, 바깥의 우주에서 보기에 정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빛의 속력 이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십일월 초에 문예창작 워크샵에 글 제출을 앞두고 있었다. 글 변비가 심하게 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쓸 심산으로 한 달짜리 대중교통 이용권을 끊었다.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는 동안 수첩이나 휴대전화에 글을 쓴다. 도착한 곳에 앉아서 그걸 모아 읽어보고, 싹 버리고, 그것보다는 좋은 생각들로 글을 다시 쓴다. 이것을 반복한다고 반드시 도서관에서 쓰는 것보다 좋은 글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말 그대로 「여긴 어디인가」라는 의문이 찾아오는데 그 순간을 잘 사로잡아서 집중력을 초 단위로 발휘하면 괜찮은 게 나온다. 확률은 전설의 포케몬 포획과 비슷하다. 오늘 아침에 콜롬비아 대학교에 가는 길에 그 한달 이용권이 명을 다했다. 십이월을 확인했다. 올해의 막장은 학교와 일터와 재미터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 뇌압이 끝까지 오르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달짜리 이용권을 새로 샀다. 위치에너지 충전이라고 보면 된다. 일에 끌려다닐수록, 더욱 돌아다녀야 한다. (이것은 모두 저어 <칠막 칠장> 서문의 가르침대로 가자미형 아닌 참치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

  1. 고율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가 많네훃 (농담입니다 ㅡㅡ;;;;;)

  2. 김괜저

    의도라고 해 두지요 …

  3. young

    칠막칠장 돋네요

  4. 김괜저

    영원한 경전 …

  5. Josh

    형 콜럼비아 또 오시면 바둥거리는 가자미들 좀 불러주세요! ㅜㅜ 마음은 빛의 속력으로 움직이는데 머리랑 사지는…

  6. 김괜저

    알았어 1 2 3번 가자미

  7.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8.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