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빨래 개고 자야겠다.

며칠 쌀쌀하다가 풀렸다. 방에 풀을 사다놓았다. 높은 의자에 임시로 화분을 앉혀놓았는데, 손님 한 명이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인기척이 느껴진다. 바쁜 일들 때문에 정리를 하지 못해 엉망인 방도 풀 덕분에 갑자기 볼 만 하다.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활을 조금 팽팽하게 해 두고 있다. 새벽에 그간 오들거리게 추웠지만, 오늘은 전기장판을 끄고 잘 것이다. 손가락 끝이 좀 찬 상태로 일어나서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고 졸린 눈으로 몸에 피가 도는 것에 대해 잠자코 생각해 보도록 한다.

바쁘기 때문에 교통카드를 월 정액으로 끊었다. 즉 시간이 없을수록 돌아다니겠다는 것인데, 어제는 섬의 북쪽 끝에 가서 일을 했고 오늘은 남쪽 끝에 있었다. 지하철에서 태엽이 감긴다. 그리고 하루에 한 끼는 굉장히 맛있는 것을 먹고 있다. 월가에서 점심시간 반값 할인을 하는 인도집에 갔는데 십 불에 너무 넘치게 뜨듯한 걸 먹는 바람에, 또 날도 축축하여 커피집으로 가는 길바닥에 늘어져 잘 뻔 했다. 내일은 사무실에 가는데 낮잠을 삼십 분 잘까 계획중이지만, 막상 가면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출근이라 사무실에서 한 번을 안 나가고 밤까지 있을 때가 많다. 이번 주말에 몇 가지 일이 끝나면, 머리도 깎고 등허리 마사지도 받으러 가야겠다. 빨래 개고 자야겠다.

  1. 랭보

    ‘손님 한 명이 들앉은 것같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풀’,
    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런 표현, 정말 좋아요 ^^)

  2. 김괜저

    아 풀 이름도 지어야 될까요? 종은 잘 모르겠고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