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에서 쌍수리 사람을 만났다.

전 상관인 HH 형을 뉴욕에서 맞이했다. 선임이자 동창인 TH 이후 두 번째로 뉴욕에서 만난 군관련인이다. 군에서 만난 사람들 중 책읽기나 글쓰기에 관해 본격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나를 유독 잘 챙겨주었기 때문에, 당시 부대에서 형을 만나면 군대에서 느낄 수 있는 최상의 기분인 <군대 아닌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익숙해지면 곤란한 기분이다.) 빼도박도 못하고 빠짐없이 정이 끝까지 든 동료 병사들과는 달리, 업무로 만난 장교들과 친해지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일어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병사생활관에서는 밖에서 만났으면 친해질 리 없었던 사람들을 많이 얻었지만, 형의 경우 밖에서도 가까이 지냈을 것 같다. 맛있는 곳을 몇 군데 들르고, 당직근무 같이 서면서 하던 얘기들을 이어서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소개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