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심을 주었다.

새벽에 영화가 끝났다. 내가 여권을 안 갖고 온 것 때문에 새벽에 갈 만 한 바들에는 갈 수가 없어서, 저녁에 갔었던 술집에 도로 들어갔다. 생맥주 줄 옆에 Strongbow(사과주)가 있길래 얼음을 띄운 걸로 마시고, 백포도주를 마셨다. 신분증이 없어서 술집에 못 들어갈 때에는 잠깐 한껏 어린 기분이 들었다가, 친구들과 얘기 좀 하려는데 요새는 어딜 가든 음악이 너무 시끄럽다는 사실에 피곤이 몰려오면 그 기분은 사라진다. 나는 젊지만, 젊음을 어떻게 느끼면 되는지는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맥주는 너무 배가 부르다.

주중엔 먹는 게 단조로울 수 밖에 없다. 점심은 보통 샌드위치나 샐러드다. 푸성귀를 따로 많이 사서 회사에 두었다가, 샐러드를 무게로 달아 파는 곳에서 나머지 이런저런 재료만 사서 같이 무쳐먹는다. 샌드위치는 회사 옆에 맛있게 만드는 집이 있어서 자주 가는데, 델리나 슈퍼마켓 등이 흔히 그렇듯 주인이 한국인이다. 중년 여성 주인에게 영어로 샌드위치 주문하고, 커피 주문하고 하다가 내가 무심코 이모님 같아서 신용카드를 두 손으로 내밀자, 멈칫하더니 「혹시 코리안?」하고 물었다. 그 뒤로 더 잘 해준다.

이번주 주말의 요리(J가 방을 쓰게 해 주는 고마움을 밥으로 돌려주기로 얘기가 되었다)는 안심(filet mignon) 구이입니다. 팬에 구워 포도주 버터 국물을 끼얹고, 색이 예쁜 알감자와 엄청난 양의 카라멜화 양파, 샐러드를 곁들였다.

  1. MUG

    괜저님, 처음 들어와 아래로 몇글 안봤지만.. 세련된 사진 참 멋져요 젊어요 좋은구경 감사합니다.
    이말은 그걸 알아보는 나도 세련되었다는것?

  2. 김괜저

    저도 한 마디 칭찬만 들어보고도 세련됨을 알았습니다.

  3. BOREE

    사과주 먹어보고 싶네요. 맛있겠다..

  4. 김괜저

    사과주 한국에서도 사먹었는데 어디였더라 … 병사과주 Strongbow는 여기저기 있고요.

  5. sohm

    아..보기만해도 오래걸리네.. ㅜ준비부터 세팅까지 마치면 얼마나 걸리나요?

  6. 김괜저

    답이 늦었네요. 한 시간 정도?

  7. 찬영

    요리도 잘하시는거 같네요 ㅋㅋ 멋져요 ㅋ

  8.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9.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