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 ☀ ☺ ☮ ❤ 안현희

김동수는 대전 출신으로 연세대학교가 아닌 어떤 대학교에 다녔는데, 방학을 맞아 서울에 왔다. 가장 친한 친구인 문완기가 연세대를 다녔으므로 그 친구 집에서 지내며 신촌 물을 마셔볼 생각이었다. 사실 김동수는 문완기보다 수학능력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상경한 첫날 문완기와 쪼끼쪼끼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마치 불현듯 생각난 것처럼, 야 내가 너보다 수능은 더 잘 본 거 기억나냐, 라고 말했다.

문완기 학생증을 빌려 가 본 중앙도서관에서 김동수는 안현희를 발견했다. 계단을 올라오는 안현희는 게시판에 새벽녘 올라오는 피팅모델 같았다. 대충 묶어 올린 머리는 촌스럽지 않은 갈색이었다. 크고 또렷한 눈에 시원스런 입매는 딱히 웃고 있지 않은데도 화사해 보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살짝 탄 건강한 살색. 정말 공부만 하러 나온 모양인지 짧은 반바지에 줄무늬 티셔츠, 납작한 신발의 편한 차림이었다. 안현희는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탁 트인 가운데 자리에 앉더니, 두꺼운 전공책과 전자사전을 펴고 샤프 끝을 입에 살짝 문 채 곧장 공부에 몰두했다. 김동수는 머리속으로 안현희의 가슴께를 마구 클릭하였다.

그 날 아침 안현희는 사는 게 지루해서 화장에 한 시간 정도를 썼다. 휴학 앞둔 여름방학이 못 견디게 따분했다. 붙어다니던 친구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뿔뿔이 흩어졌다. 카페에 올라오는 볼 만한 사진들은 죄다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었다. 안현희는 지난 학기에 개새끼 두 명과 동시에 복잡하게 얽히면서 광고공모전 동아리 전체를 적으로 삼았다. 동아리 사람들과 과 선후배들을 귀요미 몇 명만 빼고 전부 카톡에서 삭제하고 당분간 비싸게 굴 작정이었다. 똥머리를 몇 번이나 묶었다 풀었다. 보송보송하게 누드톤 메이크업을 하고 구매대행한 세인트제임스 티셔츠를 입은 뒤 발톱은 티셔츠와 깔맞춘 민트색으로 공들여 칠하고 오픈토 플랫을 신었다. 아무 책이나 옆구리에 낀 채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가장 잘 보이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김동수는 캔커피를 사러 아래층으로 떠났다.

  1. e

    Hahaha. I love this! Yes, it’s got to be 쪼끼쪼끼, 가슴께를 마구 클릭, 사는게 지루해서, 개새끼 두 명- Awesome details.

  2. 김괜저

    When a piece relies on details this much, it’s a big relief to hear that they work.

  3. ko-un

    꺅ㅡ 마지막 문장!

    아 보통 그녀들이 저렇게 공들인거였군요!;

  4. 김괜저

    똥머리 묶는 법을 케이블에서 한 시간 넘게 해 주는 걸 보고 와 싶어서 …

  5. 제이 정

    이거 다음화없겠지?ㅋㅋ동수가 준 캔커피만 받아먹고 틀린번호 주는 그런 지저분한 스토리까진 절대 쓰지 않을거야 그치?

  6. 김괜저

    이런 안티성 댓글을 달다니

  7. 월요일

    ㅋㅋㅋㅋ세인트제임스까지 파악하시다니! 완벽하네요.

  8. 김괜저

    사실 생쟘 이라고 해줘야 완성인데

  9. allwhite

    하~

  10. 김괜저

    히히

  11. 리슨양

    매번 눈팅만하다가 첨댓글답니다. 디테일때문에 아주그냥 술술 읽히네요. 특히 같은 여성으로서 똥머리만드는데 한시간걸린다는 사실을 알고계신 김괜저님의 디테일에 감탄… 반면 제가 여자라그런지 가슴께를 무한클릭에는 살짝 충격받았어요…ㅋㅋㅋ

  12. 김씨

    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뉴욕 후배 올림

  13. 김괜저

    앜ㅋㅋ 고마워요ㅎㅎ 올리지 말아요

  14. 소여

    여자로서 엄청 공감가네요 피식 웃게 되면서도 동시에 서늘한 느낌도..잘 읽었어요

  15. 김괜저

    시험 문제 맞춘 기분이네요ㅎㅎ

  16. 뚜비

    Love this! 디테일이 살아있어 진짜ㅜ

  17. star king

    저는 똥머리 한번에 묶어요.

  18.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