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배들이 졸업했다.

몇몇 친구들 집 옥상에서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네

한 친구가 일하는 식당은 건물에서 직접 양봉을 한다네

Capitale 앞에는 밤마다 타운카가 줄을 서네

파리에 같이 머물던 친구들의 한 축을 이루었던 당시 일학년들, 특히 핵심이 되는 청년 열 명 남짓을 우리는 아직도 <프레쉬맨>이라고 부른다. 그 프레쉬맨들이 어느덧 졸업을 하게 돼서 다같이 한 집에 모였다. 머리속에 한 명을 떠올리면 연쇄적으로 나머지 친구들이 차례로 모두 연상되는 그런 무리이다. 그리고 해질녘 옥상에서 맥주병을 기울일 때에만 접속되는 특별한 감수성이 아주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다.

별개로 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람종류 한 가지를 말하자면, 자신의 역할을 똑똑히 알고 그에 놀이처럼 임하는 사람이다. 매 순간 공작새처럼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야 하는 사람, 그런 노력이 벽에 부딛히면 자신도 대화 속에 갠 듯 흩어져 버리는 사람은 염치없고 피곤한 종류다. 자아를 분산 투자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감을 남에게 받는 인정의 총량으로 계산할 게 아니라 무엇에 던져져도 부피를 유지하는 어떤 탄력으로 생각해야 한다.

  1. 월요일

    “무엇에 던져져도 부피를 유지하는 어떤 탄력”… 요즈음 자꾸 찾게 되는 자존감에 대한 딱 적확한 묘사예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