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제력이 매력이다 싶었다.

이른 시간이라 무대가 있는 지하 쪽 바에는 사람이 듬성듬성 있었다. 사람들은 수증기처럼 작은 몸으로 넓은 공간을 채우려고 힘쓰며 아직 안 온 친구들을 기다렸다. 구석마다 무표정의 얼굴이 희게 빛났다. 지하라 휴대폰이 안 터진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서로 용서해주었다. 서로 뭘 마시는지 보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 마실 술을 정하는 기준은 사람들과 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르다. 바텐더가 아직 한가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처음 들어본 친구의 음악은 뉴욕 원주민의 고유한 부족 의식음악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터지기 직전의 에너지 수위를 유지하는 통제력이 매력적이었다. 「신용카드 주세요 / 신용카드 신용카드!」

친구의 공연에 가고, 친구의 상영회에 가고, 친구의 전시회에 간다. 친구의 것이 형편없으면 어떡하지, 뭐라고 하지, 늘 그런 고민을, 아직도 갖고 가는 것을 보니 내 순수한 면이 아닌가 싶다. 학생 작품에 늘 시달리는 교수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게 정말 내공이 필요한 거구나 싶다. 다행히 이 밤에는 별로 필요가 없었다.

  1. 힘눈

    좋은 밤이네요

  2. dh

    친해지고 싶어요
    전 24살 대학생이에요.. 그냥 쭉 사진이랑 글들 봐왔는데 너무 좋네요. 근데 미국에 거주중이신가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