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되기로 한다.

문예창작 교수님 Marcelle과 만나 얘기를 한 시간 정도 했다. Marcelle은 우리에게 늘 작가가 되고 싶거든 잘 하는 것 하나 따로 만들어 놓으라고 한다. 어쨌든 글을 계속 쓰라는 말을 듣는 건 행복한 일이다. 글도 계속 쓰고 싶고, 디자인도 하고 싶고, 사회학으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사정도 있어서 출판 쪽은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사실 몸을 사려야 할 것 같아 둘러대는 말에 가깝다. 그 쪽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말과 그 분야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건 한참 다르기 때문.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 하는 일처럼 이것저것 뒤섞인 직책이 나에게 잘 맞는다. 내가 살고 싶은 곳 근처에 나를 있게 하고, 다른 일들을 곁다리로 진행할 정도의 여유를 허락하는 직업을 갖기로 하자. 돈도 많이 벌기로 하자. 틈틈히 쓴 글이 뉴요커에 실리도록 하자. 디자인 일이 몰려들어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스튜디오를 차리기로 하자. 예술가 비자가 나오기로 하자. 브루클린에 창고형 집 겸 작업실 있고, 서빙고에 작은 건물 하나, 파리 외곽에 방 하나 있기로 하자.

J와 밥을 먹으려고 책상을 옮겼는데 이 편이 더 마음에 든다. DEAR를 비롯해서 한국에서 책 들어온 게 두세 상자나 되는데 다 둘 곳이 없어서 구석에 쌓아두고 있다. 여름에 구할 창고도 꽤 커야 되겠다. 예전에 쓰던 창고가 냉장고만한 크기에 한달에 십만원이나 했는데, 비록 세 달간이지만 그보다 몇 배는 큰 창고를 써야 할 것이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내 인생에 큰일난 것 하나도 없고 그것을 뼈저리게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1. j

    읽고 뭔가 제가 힘을 받는 느낌이드네요…^^ 바라는대로 되시면 좋겠어요.

  2. sunho

    바람직한 다짐입니다. 잘되기로 합시다.

  3. kay

    제목도 글도 좋네요.

  4. 따뜻한 맘모스

    심지어 생긴 것도 잘 생겼네요 ㄷㄷ

  5.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6.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