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대학교 사회학과가 있는 퍽 빌딩을 소개한다.

뉴욕대학교 사회학과는 Puck Building이라고, 학교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에 있다. 19세기 말에 Albert Wagner가 지었고, 2층 모서리에 Henry Baerer의 조각이 인상적인 곳으로 Pratt이 있기도 했었고, 뉴욕대가 쓴 지는 십 년 정도 되었다. 내가 없는 동안 크게 보수해서, 지금은 전에 없던 큰 매장용 공간이 일층에 생겼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사람들은 <퍽 빌딩>이란 단어에 상당한 애정을 실어 얘기한다. 퍽 빌딩은 뉴욕대하면 떠오르는 차갑고 돈 냄새나는 분위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퍽 빌딩에서 얘기하죠.」「퍽 빌딩이 낫겠지?」「퍽 빌딩에 자주 오고 좀 그래요.」

그도 그런 것이, 뉴욕대 건물에 오래 있다 보면 눈가가 퍽퍽하게 마르는 것을 느끼기 쉽다. 디귿자 건물에 중앙광장이 거리에서 일 미터 정도 위로 올라와 있는 경영대 건물에서 양복에 넥타이를 한 신입생들이 쏟아져 나올 때, 바로 길 건너편 영화학과 건물 앞에서 귀고리를 주렁주렁 문신을 여기저기 하고 담배를 태우는 예대 학생들이나 도서관 앞 매대에서 책을 고르는 인문학도들의 모습은 수적, 기세적으로 무척 초라해 뵌다. 학교 전체의 진로 상담 및 취업 관련 업무를 폭넓게 관장하는 Wasserman Center는 사실상 경영대의 문법을 따르고 있는 공간인데, 설명회에 가 보면 당장이라도 날 해고할 것 같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하는 파워포인트 발표를 들을 수 잇다.

뉴욕대를 전체적으로 보면 경영대(Stern)와 법대, 의·치대가 그 중심에 있고, 연극영화과로 유명한 예대(Tisch)의 존재감에도 조금 못 미치는 인문과학대는 가장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찌그러져 있는 모습이다. 현 총장 John Sexton 역시 법대 학장 출신으로, 뉴욕대가 <대기업형 대학교>의 모범사례로 자리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섹스턴이 총장이 된 2002년 이후 입시 경쟁률은 연일 최고를 기록했고,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네 차례 <꿈의 학교>로 선정되었으며,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 학생을 자체 선발하는 국제 분교를 세웠고, (색스턴 총장도 비행기로 오가며 수업을 한다) NYU 2031을 통해 학교 설립 200주년이 되는 2031까지 맨해튼과 브루클린, 가버너스 아일랜드에까지 미치는 560,000 m² 넘는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뉴욕 시장 Bloomberg과 아주 죽이 잘 맞는 경영자형 지도자가 되겠다.

그러나 같은 기간 뉴욕대 등록금은 $60,000까지 올라 매년 주요대학 중 등록금 일등을 놓치지 않고 있고, 아부다비 시의 전폭적 지지로 문을 연 분교는 현지의 인권문제나 정치적 사안들에 눈을 감은 채 Happy Island라는 이름의 섬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NYU 2031 개발계획은 대학의 팽창을 바라지 않는 지역사회에서 욕(뿐 아니라 적극적 저항)을 하도 들어먹어 어디 가서 밖에서 얘기하기 무서운 지경이다.

그러던 중 사회학과를 포함한 인문과학대가 지난 주 색스턴 총장에 불신임 결의를 채택했다. 이사회의 신임이 워낙 강력하여 뭔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인문과학대 교수진이 처음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월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사회와의 본격적인 대립 구도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러한 가운데 나는 벽돌색 벽이 참 예쁜 퍽 빌딩에서 사회학과에서 십오년 넘게 근무한 Jamie와 졸업이 다가온다는 그렇고 그런 얘기를 삼십 분 정도 나눴다. 그녀 역시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조금 게을러 보일 때가 있긴 하지만 사회학과 조교들은 몇 년이 지났는데도 1학년, 2학년때의 나를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해 준다.

  1. 687

    저도 블로그 시작합니다.
    형 블로그에서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wordpress는 많이 어렵네요 ㅠ

  2. 김괜저

    링크를 주시오ㅎㅎ

  3. 별일없이산다

    IFA 도 있잖아. 너무 윗 동네에 있나

  4. 김괜저

    IFA도 있고, 제 경우엔 La maison Française도 있고 Writer’s House도 있고 한데, 그런 덴 또 그 나름대로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

  5. 반짝반짝

    호오 괜저님 저와 굉장히 가까운 곳에 계셨군요! 지나가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봐야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