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을 거스르는 자다.

영 좋지 않은 시간에 잠을 자 버렸다. 춘곤증이다. 어제 잠든 시간에 오늘은 깼다. 커피를 많이 마시다가 갑자기 하루를 안 마시니까 몸이 「어 어 이거 뭐지 이거 왜 이러지」 휘청휘청하다가 픽 퓨즈가 나간 것.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말이 길게 늘어져 토요일 주변에 걸쳐 있는 모양이었는데, 금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 되니까 토요일이 무기력해진다.

이 시간에 깨어, 또 어쩌다 보니 기다릴 전화가 있어 잡일을 처리하면서 앉아 있다. 올 전화가 안 와서, 별로 하지 않아도 되는 전화를 여러 통 돌리기로 한다. 휴가 초토화된 군인들이 있대서 거기부터…….

시간에 이만큼 지배받는 것 가끔 참 별로다. 이 시간에 깨서 뭐 하냐, 걱정하고. 이 시간에 안 자면 저 시간에 자겠지. 그래도 마음이 그렇게 안 되는 것이다. 어제 마지막으로 출근한 분이 있어 네시 반쯤 happy hour 하는 주점에 갔는데, 해피아워란 게 너무 와닿게 해피로 느껴버렸다. 이 시간에 술집 오면 나도 좋고 술집도 좋고 그래서 해피아워였어. 동네도 동네고 말도 안 되게 싸고 맥주맛도 좋았지만 너무 해피하긴 싫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노래방도 가고, 직장인의 시간을 거스르기 위해 새벽 세시까지 Bushwick에서 놀았지만, 그거야말로 직장인의 시간에 굴복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무척 잠이 자고 싶어졌다.

  1.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2. 김괜저

    야호!!! 축하해. 좋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