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부러 가로질렀다.

뉴욕의 한인 친구들을 보자면 O는 여러 번 봤고, 컬럼비아에 있는 누나 둘과 삼갯도 각각 만났고 한 학기 와 있는 동일이도 봤는데 정작 우리 학교 친구들과 동생들을 아직 못 봤다. 마주칠 일이 있겠지 했던 것도 사실인데 예전만큼 학교에 붙어있지 않으니 그렇지도 않더라. 이병장님은 만나봤다. 처음 부대로 배치받고 얼어 있을 때 당번실로 불러 「어서와 자대는 처음이지 나 당신 대학동기야」라고 했던 이 친구는 알고 보니 1학년 때 같은 건물에 살았던 놈이었다. 한 학기 피렌체에도 있었다니 지도에 그려보면 나와 궤적이 비슷하게 나올 것이다. 내 블로그도 안다고 해서 긴장했었는데……. 영화 좋아하는 나를 예뻐해 줘서 주말에 구석에서 영화 보고 그랬다. Y랑 영화 얘기하기 전엔 이병장과 주로 했었다.

삼갯 집에 가는 길에 일부러 중앙공원을 가로질렀다. 예전 기억 그대로 멋대가리 없는 공원이지만 (이런 거에 비하면) Midtown 특유의 옛 뉴욕 느낌이 나서 좋았다. 그 전날이었던가가 발렌타인의 날이었는데 관계없는 친구들끼리 윌리엄스버그 싼 바 몇 곳을 돌며 놀았다. 죽통에 코코넛 사케 갈아 나오는 중국술집이 먼저였고 형광색 치즈과자와 맥주 + 떼낄라 샷 묶음이 나오는 어디였더라가 다음이었다.

  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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