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이나타운에 방을 얻었다.

어쩌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 가짓수가 몇 안 되는 것 같다.

거제도, DEAR 촬영차

NoHo

중국집에 가서 십오 불을 내고 국을 샀더니 삼 일은 족히 먹을 만큼의 완탕국을 줬다. 국을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는 것은 왠지 맛없는 짓이다. 하지만 아직 냄비가 없다.

수업에 가거나, 해결할 일을 해결하거나, 필요한 것을 사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걷는다. 내가 걷는다, 하는 생각에 오래 머물 수 없이 이것저것에 한눈 팔면서 결국 하루를 걷게 되고 돌아와 앉았을 때 발에 올라오는 저린 느낌은 서울에서 작정하고 몇 시간 걸은 느낌과 다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면 손해인 기분은 놀이동산에 자유이용권 끊고 들어와 있는 것과 흡사하다.

나는 차이나타운에 방을 얻었다. 브루클린도 한 군데 보긴 했지만 나머지 열댓 곳은 모두 East Village 아니면 Chinatown에 있었다. 삼 년 전에 살았던 Lower East Side의 방값은 거짓말처럼 많이 올라서, 이스트 빌리지보다 더 비싸졌다. 지금 얻은 이 방은 차이나타운 중에서도 관광지 차이나타운과 주거지 차이나타운이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있는데, 재밌는 건 삼 년 전에도 이 집을 봤었다는 거다. 당시에는 같은 값이면 차이나타운보다는 로워 이스트가 나으니까 이쪽은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놀랍게도 그 때와 지금 월세가 같다. 감동적이다.

1학년 때 2인 1실로 살던 기숙사 방과 같은 가격인 이 방은 스튜디오라고 해도 좋을 만큼 넓고, 경비 잘 된 큰 건물에 있는 데다, 큰 창문에 건물 하나 가린 것 없이 햇살이 날로 쏟아진다. 6개월 후 브루클린으로 나갈 작정이었지만, 방이 너무 괜찮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로워 이스트에 흩어져있는 싸구려 잡동사니 가게들을 돌면서 청소도구를 한아름 사서 나무바닥을 광이 나게 닦았다.

  1. cjswjr

    이제 방 구했구나!
    ㅎㅎ물건 구하는데는 도사가 됬네

  2. 김괜저

    옛날엔 마냥 뒤지기만 했는데 이젠 전화로 물어보고 찾아가 물어보고 하는 거 좀 더 잘 하게 된 듯

  3. 솔다

    글이랑 사진이랑, 진짜 여행기 보는 기분이에요

  4. 김괜저

    저도 여행하는 기분이라서요

  5. gene

    나중에 방 구할때 한번 도움좀 주세요 ㅋㅋ

  6. 김괜저

    좋은지 별론지 딱 정해드리죠

  7. 찰리씨

    오오 좋은 방을 ‘겟’ 하셨군요!

  8. 김괜저

    좋은 방 겟또다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