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일도 일어나니 살펴 살자는 의미로 조금 전까지 은행과 자웅을 겨룬 문제를 약간 자세하게 적어본다. 일요일 새벽에 공항에 떨어지고 나서, 불과 여덟시간만에 은행 계좌를 열었다. 일요일에도 여는 중국동네 지점 덕분이었다. 신년이라 중국계친화적 지점들이 무척 바쁜데 유일하게 일요일에 열다 보니 은행이 시장바닥이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개설하며 입금한 금액이 만 하루 뒤에 거짓말처럼 증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사이에 별 탈 없이 쓴 액수는 고스란히 영하 잔고가 되었다.

새 방을 계약하려던 참이었으므로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가서 알아보니 개설 당일 은행 창구체계가 충돌을 일으켜서 접수한 수표의 상세정보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입금했다는 내역은 있으나 수표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되어 계좌 전체에 제한이 걸린 상황. 이것을 해결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런데 그 이틀째 날 한국에서 송금이 들어왔는데, 이 송금 역시 제한계좌라는 이유로 잠깐 떴다가 곧장 묶여버린 (내역서에서는 마찬가지로 그냥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돈으로 새 방 보증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해당 지점에 요구하여 제한계좌에서 임시로 현금을 지급받았고, 그 후 하루가 더 지나서 오늘 아침에야 송금된 돈이 들어오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첫날 개설하고 이까지 딱 일주일이 걸렸다. 은행원/지점장 명함만 열 개 정도 생겼다. 무엇보다 그 동안 쓸 돈이 없어 검소한 첫주를 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원래 유학은 이런 급상사로 첫 불이 붙기 마련이다. 종합접종 같은 것이다.

  1. 마말

    신년액땜 한번 소란스럽게 했네 D: 고생했다

  2. sunho

    새해, 이사, 유학, 졸업을 모두 합친 초특급 액땜했네요. 올해 대박에 줄 섭니다.
    (덧글 달다 빨래 널고 돌아와서 전송했는데, 윗 분 이랑 겹치네요. 대박 날 듯)

  3. 찰리씨

    다이나믹했군요! 아 뉴욕 가고 싶습니다. 다시..

  4. summerdecember

    당황하셨겠어요.. 종종 놀러와서 좋은 글들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눈이 많이 오네요, 늘 건강하세요!

  5. 천적

    성민아 고생했네 이젠 좋은 일만 가득하길!!!

  6. Rose

    3지망까지 희망부서를 적어 넣는데
    3지망에도 쓰지 않았던 곳
    여기만 아니면 돼 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
    나 혼자 덩그라니…

    그런데
    막상와보니
    배울 것 많고
    사람 좋아
    이틀째지만 만족하고 있는 중!

    그러면서 난
    이직을 고민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김괜저

    이직은 무슨ㅎㅎ 하더라도 좀 있어보고!

  8. 김괜저

    모두 감사합니다. 한 10년치 액땜은 됐으면 좋겠네요.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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