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여곡절 끝에 뉴욕에 돌아왔다.

삼 년이 별로 긴 시간이 아니었다. 찾는 곳들이 좀 옮겨다니고, 친구들이 좀 늙고, 방값이 좀 오르고, 건물을 막론하고 1층이 아직 열심히 공사중인 것을 빼면 뉴욕은 그대로다. 물론 내가 여기 계속 있었으면 삼 년 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늘어놓았을 것이다. 꼭 뉴욕에 있어야 갈 수 있는 곳들은 줄어들고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는 곳들이 늘어났지만 그런 건 지구온난화같은 거고, 「다 브루클린으로 옮겨갔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거긴 오 년 전까지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신대륙을 발견한 양 호들갑을 떠는 측면이 크다. 특히 내 대학동기들은 내가 2009Lower East Side 살았을 때까지만해도 너 참 멀리도 산다고 했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너 살던 데가 진짜 좋았구나 한다. 나도 사실 그 동네가 좋은지 잘 모르고 들어갔었으니까. 그 때 살던 그 방은 지금 삼십퍼센트 정도 값이 올랐다. 삼 년 전에도 고려했던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에 있는 방을 보러 갔는데, 그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방과 가격이 지금은 황송하다.

도시가 대충 그대로다보니 내가 변한 부분들이 훨씬 뚜렷하게 느껴진다. 그 당시에 이런 걸 보면 이런 기분이었고 이런 사람을 보면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들이 몇 년 만에 되돌아오니까 그렇다. 학교에 돌아오니 내가 삼학년까지 얼마나 학생다웠는지를 실감하는데 이게 약간 메스껍다. 이제부터 내가 아무리 프랑스어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하러 간대도 나 스스로를 싱그러운 학생으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학생으로 일 년을 더 보낼 수 있게 된 소감은 친절한 친척집에 공짜로 머물 수 있게 된 기분과 비슷하다.

주로 프랑스에서 만나 알게 된 친구들이 연령대가 낮다보니 크게 찾아나서지 않아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스트 빌리지 바에서 헨드릭스 토닉을 마시면서, 바에 가서 떠드는 게 그 자체로 재밌었을 때를 이미 보내버렸구나 싶었는데 프랑스에서 보낸 시간이 그 시기를 워낙 강렬하게 기념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는 내가 애써 취향과 지식을 쉴 새 없이 갱신하려 발버둥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생긴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1. 00

    웰컴백이에요 따뜻한 날 돌아오셨네요
    뉴욕포스팅기다릴게요

  2. Rose

    도착했구나!
    난 오늘 인사발령이 날 것 같은데…
    무섭다 어느부서로 갈지 ㅠㅠ

  3. 김괜저

    어떻게 됐어?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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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천적

    참 복학이 친척집 공짜로 머문거랑도 비슷한데, 그 친적집이랑 이젠 잘 안맞겠다 하는 생각도 들더라..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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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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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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