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화를 쓰려거든 낫표로 쓰신다.

「이건 체한 게 아니고, 장염 증세에요. 찬 거 드시지 마시고, 우유 드시지 마시고. 죽처럼 끓인 것만 드셔야 해요.」 김소형 원장을 닮은 의사선생님은 실생활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과장되게 상냥하면서도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분명 내과를 본 적 있는 건물이라 무심코 들어갔지만 소아과뿐이었는데, 이대 출신 원장님의 모든 점이 신도시 아이들과 어머니를 상대하기 위한 빤빤한 무기인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그 날 아침에야 엄마가 끓인 매생이굴죽을 입에 댄 나는 반찬으로 더운 콩나물무침을 몇 가닥 먹고도 고추가루 하나하나의 맛이 전부 느껴진다며 호들갑을 떨 정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일수도 있다.


누가 낫표(「」) 사용에 대해서 물어왔다. 한 마디로 말하면 내가 대화·인용에 낫표를 쓰는 것은 <예뻐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맞춤법에 따옴표, 겹따옴표는 가로쓰기에, 낫표, 겹낫표는 세로쓰기에 쓴다고 되어있지만 어차피 거의 다 가로로 짜는 요새 국문에서 낫표를 가져와 따옴표 자리에 쓰는 것의 잘못은 대수롭지 않다. 물결표(~)를 노래하듯 흥겨운 말 뒤에 쓰는 것도 맞춤법에는 없는 용법인 것처럼~ 맞춤법대로 모든 것을 쓰기엔 일단 문장부호 관련 맞춤법이 너무 빈약하고, 맞춤법이 느낌과 의도를 살리는 것을 앞서선 안 된다. (열린책들 따라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 중학교 때 카페에 글 쓸 때부터 이렇게 했으니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맞춤법 볼 때는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자주 보기는 한다.)

비슷한 맥락인데, 프랑스어에서 쓰는 guillemets(«, »)를 영어에서 가끔 쓰는 것도 좋아한다. 낫표의 갑절은 되는 허세다. 지금 보니 예쁜 것과 별개로 둘 다 인용·대화 내용을 나머지 글에서 조금 더 붕 띄워주는 시각적 느낌이 분명히 있다. 특히 소설에서는 어떤 식으로 대화를 표시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보면, 각 방식이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보통 줄 바꾸고 들여쓰기나 따옴표 없이 긴 줄표(em dash)로 쓰는 걸 좋아한다.

  1. 미호

    저도 예전에 한참 낫표 썼었어요 예뻐서. 그리고 말줄임표는 … 이걸 썼었는데, 어느샌가 입력이 귀찮아지면서 …. 이렇게 쓰게 되더라구요. 마침표와 말줄임표가 모양으로 구분이 안되니 … … . 이렇게 찍어야 하는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마침 따뜻한 주말이니 장염 어서 나으시길!

  2. 페이토

    미호님과 여기 주인장님께 몇가지 알려드릴게 있네요. 최근에 있었던 맞춤법 개정 내용 중 일부입니다.

    “세로쓰기에만 허용했던 겹낫표(『』)와 홑낫표(「」)를 가로쓰기에도 허용. 지금까진 표기법에 없었지만 제목을 나타내거나 강조할 때 흔히 쓰는 겹꺾쇠표(《》)와 홑꺾쇠표(〈〉)를 문장부호에 새로 추가.”

    “줄임표는 가운뎃점 여섯개(… …)를 찍는 것이 원칙이나 석 점(…)만 찍거나, 마침표를 세 번 찍는 것(…)도 허용.”

  3. 김괜저

    오호 쾌재라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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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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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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