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득 십삼인분을 요리하였다.

외가 친척들을 초대해 송년 만찬을 했는데 내가 다 만들기로 어쩌다 얘기가 되었고 결국 현실이 되었다. 십삼인이 보통 십삼인이 아니라 작년 엄마가 준비했을 때 양이 턱없이 부족해 집안의 먹거리를 모두 소진시키고 돌아간 바 있는 식성 왕족이므로 양을 맞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더불어 집에 남아 처리해야 하는 식재료 몇 가지(사과, 감자, 파스타 등)를 없애는 것도 목표였다. 아침부터 부엌에 자리 차려 놓고 계속 이것저것 만들었다. 간단한 조리만 거치면 되는 것들 위주로 만들다 보니 약간 소작민 느낌의 식단이 되었다. 어려운 건 안 했지만 종일 부엌에 서 있으려니까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16세부터 55까지 맛있게 드셔줘 다행.

  • 따뜻한 사과 사이더 (사과, 계피, 육두구, 감귤을 끓여 거름)
  • 빵 (바게뜨, 파미자노 레자노, 고다, 로즈마리 올리브유)
  • 채소·버섯 구이 (애호박, 가지, 파프리카, 새송이를 올리브유로 오븐에 구움)
  • 마늘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구이 (브로콜리를 데쳐서 방울토마토 마늘과 올리브유로 오븐에 구움)
  • 콥 샐러드 (양배추, 로메인, 삶은 달걀, 베이컨, 검정 올리브, 아보카도, 옥수수, 닭가슴살에 씨겨자, 설탕단풍 시럽, 올리브유, 레몬즙)
  • 마늘쫑 볶음 (마늘쫑을 팬에 볶음)
  • 감자 구이 (감자를 전분 빼서 버터로 오븐에 구움)
  • 크림 시금치 (버터, 밀가루, 우유, 크림, 시금치)
  • 카라멜화 양파 (양파, 버터)
  • 토마토 마카로니 (마늘, 토마토, 말린 토마토, 바질, 오레가노, 올리브유, 그라나 파다노)
  • 잣 크림 마카로니 (바질 페스토, 잣, 크림, 그라나 파다노, 파슬리)
  • 등심 스테이크 (버터, 한우 등심)
  • 견과 볶음 (은행, 캐슈, 그라나 파다노)
  • 호두곶감 (곶감에 호두조각을 꽂아넣음)
  • 아포가토 (빙그레 엑설런트, 에스프레소)

  1. i am meg

    우와아. 가족들은 되게 좋으셨겠어요.
    감탄!

  2. 다라고로

    13인분치 요리를 하시다니..!! 사진만 보고 짐작만 할 뿐… 상상이 안 되네요..!

    굉장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쓴맛나는

    사진 보니 배고파져서 괴로울 지경이네요
    이런 위장테레범같으니라구

  4. バニー

    되게 맛있어보여요!

  5. 에밀리

    아포가토를 어떻게 하지? 생각했는데 생각할 필요가 없었네요

    엑설런트를 저리 이용하다니.. 모양 안 흐트러지구 예쁘게 잘 있겠네요 오오

  6. 김괜저

    딱딱해서 괜찮았어요

  7. 페이토

    능력자다

  8. 초이

    솜씨가 좋으시네요! (부럽다는 말입니다..ㅠㅠ)

  9. 오스뮴

    아… 엄청나십니다..

  10. mi

    1가정 1괜저님 정책이 절실합니다!!

  11. 김괜저

    컥ㅋㅋㅋ

  12. tropos

    친척 모임에서 이런 메뉴가 통한다는게 신선해요:)어르신들이 ‘밥’이나 센 양념없이는 제대로 된 식사라고 여기실 거 같지 않다는 건 편견인가 봅니다.
    오롯이 구워 낸 음식들이 건강해 보여요, 호두+곶감 아이디어는 감사히 적어가겠습니다ㅎㅎ

  13. 김괜저

    호두 곶감은 어머니 아이디어 !

  14. 제이정

    이거구나ㅋㅋ몇일간 괜저형이 해주는 밥먹을 생각하니까 @.@

  15. infatuation

    괜스레저렇게님의 가족들이 넘넘넘넘넘넘넘부럽습니다요 ㅠㅠㅠ

    구운 가지와 파프리카 올리브 마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침흘리고갑니다유

  16. 한별

    아포가토도 좋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베일리스나 깔루아 뿌리면 천국인데! 미성년자때문에 안될랑가요 ㅎㅎ

  17. Maybird

    와..정말 대단한 능력자.ㅋ 먹을 수 있는 가족만큼이나 하실수 있는 능력도 부럽습니다. 아 그때 알려주셨던 방법대로 프리즘 쪽에 쪽지 넣었더니 친절하게 답해주셨더라구요. 감사합니다.

  18. 김괜저

    네 🙂 계속 관심 가져주셔요

  19.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