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는 수 없이, 새해를 맞았다.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쓴다. 2012년은 내가 역사를 기억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지점으로 남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깐씩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은 슬픈 호황을 누렸고 소수의 사람들이 집착할 수 있는 것들은 한껏 쪼그라들었다. 내가 예전에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확인사살되고, 이제 막 발견한 것들 역시 평등하게 사그라져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은 흡사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사랑이 시한부임을 깨닫는 그런 억울함이었다. 하지만 나 개인의 인생에서 이 한 해는 재부팅이었기 때문에, 죽어가는 연인을 보내고 뉴욕으로 떠나 새출발하는 그런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거, 기억할지 모르지만 Skins 2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나보다 멋진 사람들에게까지 왠지 미안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다른 미안한 얘기가 있다. 올 가을에야 졸업한 군대에서는 나만한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처지인 이들에게 나의 여유를 <휘둘렀음>을 시인한다. 모두가 초인같은 관용과 형제애와 정의감을 가져주기를 기대하고, 그저 인간적이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충분한 틈을 주지 않았다. 사람을 위하는 큰 일이 있다면 작은 상처는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렇게 입힌 상처에 대해서는 밤새 얘기를 많이 하면 저절로 나을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나는 내 여유를 자선처럼 베푸는 식으로 친구들을 달래고 싶었다. 덕분에 대단한 놈이란 말은 들었지만, 내가 남과 같이 주저앉아주는 일은 좀체 없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다행히 이런 점까지 함께 얘기할 기회가 닿았던 친구들과는 오래 갈 사이를 만들었다. 나에 대한 새삼스런 깨달음이 <후회>나 <변화>와 같은 내면의 결과보다는 나를 표현하고 남들과 연결하는 방면에 거의 항상 사용된다는 건 아무래도 내 성격이 어느 정도 단단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손현주가 연기대상을 받는 제법 괜찮은 순간에 내 창 밖에는 건너편 교회 주차장에서 쏘아올린 불꽃 몇 덩이가 터지고 있다.

  1. hyunji

    nice pic!

    @ Happy new year @

  2. 蒙夢

    힘내세용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