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도하고 자기로 했다.

오늘 논현동에서 잡지 DEAR 촬영을 하던 도중에 컴팩트플래시가 나가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이 컴퓨터에 안착한 후의 자료보존은 몇 겹으로 철통같이 해 놓으면서도 촬영 도중에 끝장나는 상황에는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심한 무력함을 느꼈다. 고장이 중첩되어 5할 정도밖에 능력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광각렌즈를 보완하기 위해 어제 24mm 중고 렌즈까지 샀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Eye-fi SD 카드를 쓰면 찍는 족족 무선으로 컴퓨터 전송을 할 수 있는데 그걸 사서 컴팩트플래시 변환기를 끼워 사용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면 오히려 더 불안정할지 모른다. 매체가 두 개 들어가거나 USB—WIFI 기능 지원되는 신식 본체가 이럴 때 아쉽구나. 차라리 저장장치는 용량이 작은 것으로 수시로 바꿔가며 촬영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르겠다. 복구업체에서는 살릴 수 있는 확률이 70%라고 했다. 다들 기도하고 자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할 일을 남겨놓고 하루를 마치는 것이 버릇인데, 확실히 건강에 안 좋다. 내 본연의 작동방식보다 내가 선호하는 작동방식에 맞춘 습관이기 때문이다. 일상업무가 일정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면 시간이 과도하게 촘촘하게 흐르고, 별 것 아닌 사건들이 촌스럽게 극적인 감정을 낳는 것을 막기 어려워진다. 예컨대 <쓸쓸함> 같은 것이 몇 쌍둥이 태어나 울기 시작하면 아주 주사라도 한 대 맞고 싶은 심정이 된다. 다행히, 난 그런 게 오래가는 편은 아니다.

  1. 딖따

    어제 이야기듣고 와봤당. 나 저 분 인터뷰 꼭 읽고 싶어! 티져는 충분히 마음에 들었으니 본편을 빨리 보고싶은 마음이랄까! 저거랑 네가 모교에 대해 쓴 글 실린 잡지도 내꺼 1부씩 예약할게.

  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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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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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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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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