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춥다는 것 말고 지난 며칠에서 기억나는 게 없다.

스무살의 나는 어쩌면 이렇게 헐벗고 살았나? 겨울 외투는 적고 봄 가을용 외투는 많아서, 올해에도 한 번씩 입고 나니 가을이 끝나버렸다. 군대에 있는 동안 사 모은 내복을 입고 보급 모양말도 신는다. 한 가지 추워서 좋은 점은 이제 버스가 더 이상 덥지 않다는 것이다. 밖에서 싸매고 있던 채로 그대로 앉아서 가면 된다. 오래간만에 연말 같은 연말이 오고 있다. 여러 번 모이고 여기저기 가고. 2주 후에 지금 하는 일은 마무리가 되는데 그 뒤에 하게 된 다른 일이 있어서 심심할 걱정은 없다.

군대에서의 버릇인지는 모르겠는데 뉴스에 마음이 너무 왔다갔다한다. 밖에서 보면서 훈수 두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기사 올리고 그런 마음이 얼마나 편한 것이었는지 이제 알겠다. 물론 나도 곧 뜰 테고 금세 남 일이 될 것이 아닌가. 나도 체육대회 줄다리기 나간 마음으로 「야 잘했어 최선을 다했잖아」같은 말을 주고받고 (아직도) 그렇게 위로받고 싶다. 친구들처럼 해외 부재자투표소 인증샷 찍어 올리고 주변 한인식당에서 오뎅볶음에 김치찌개 먹고, 「제법 괜찮은 날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 여기서는 그게 좀 어렵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기는 어디로 유학을 가야 있는 곳입니까? 어쨌든 친구들 보고 싶다. 그리고 오뎅볶음은 먹고 싶다. 우리 이모는 오뎅볶음에 마요네즈를 발라 드신다는데. 별로인데 먹고 싶다.

  1. j

    어딘가 갈곳이 있는건 좋네요…

  2. 김괜저

    거기에 집은 없지만…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4.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