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귤 먹으면서 토론 보았다.

어제 밤 김소연, 김순자 후보 등의 토론은 건조한 방에 실수로 오래 놔 두어 너무 말라버린 귤 한 쪽을 찢어먹으면서 보았다. 문·박·이 토론은 싱싱한 생굴을 먹으면서 봤는데 나부터 두 토론을 차별하는 데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항상 있는 문제지만 일단 자리를 이렇게 구분지어 마련하면 당연히 대립각이 나오지 않고 결국 각자 원고와 카메라만 보면서 말할 수 밖에 없다. 주요주자 토론에서는 후진 규칙을 이정희가 갖고 놀아 지루할 틈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규칙 때문에 긴장감이 바닥이었고, 그저 <김소연의 생각> <김순자의 생각> <박종선의 심리상태>를 따로따로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열한시 편성은 정말 안된 일이다. 일단 군인들부터 못 본단 말이다. (군인들은 당장 다음 주가 투표일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발언 면면을 보면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김소연은 이정희가 속사포처럼 뱉긴 했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 노동·민생경제 사안들을 충실한 민중민주 시선에서 전방위로 꼼꼼히 짚어주었다. 박근혜 문재인을 마치 곁에 두고 말하는 듯한 생동감이 돋보였다. 농민, 장애인 뿐 아니라 성소수자까지 직접 언급하며 차별 철폐를 언급하고 낙태, 양성평등육아 등 사회문제까지 아울러 할 얘기를 충분히 다 했다는 인상이었다. 아이슬란드를 예로 든 것은 조금 전문성이 떨어지는 모양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큰 흠은 아니었다.

김순자는 워낙 쉽고 구체적으로 잘 짠 공약을 그저 소개하고 알리는 데 그치긴 했지만 그거 하나는 잘 했다. 무섭게 지나친 화장과 살짝 좌우로 뒤뚱거리는 습관마저도 쉬운 말로 말하는 서민 대표후보라는 모습에 잘 녹아들었다. 재벌 문제, 대북문제, 사형제도 등에서 그의 단순하고 명료한 화법은 무척 돋보였다.

늦은 시간 방영되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토론을 재미있게 만들어 준 공은 백 퍼센트 박종선에게 있다. 국회의원 뱃지의 의심할 혹 자를 바로잡기 위해 출마한 그의 혼을 담은 동문서답을 제지하고, 나중에는 「내가 노인이라 그런지 모르겠다」는데도 예의 없이 계속 응답을 재촉한 사회자를 규탄한다.

  1. 사바욘의_단_울휀스

    이쪽이 더 잘찼던 모양이네요.

  2. 김괜저

    잘찼?습니다

  3. tropos

    아재는 내는 별 생각이 없다시고 조카뻘 사회자는 남은시간 어떻게 메꿀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4. 김괜저

    오늘 2탄도 기대됩니다

  5. j

    이걸봤어야했는데…이걸 읽으니 보고싶은 동시에 후회되는군요.

  6. 김괜저

    다시보기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