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 자몽주스 사 가야겠다.

일요일 오전 사촌 형 결혼식에 가려고 다들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약간 무리해서 그 시간에 약속을 잡았다. 삼청동에서 조병장과 HS을 만났다. 내가 볶음국수와 완탕면을 HS가 커피와 차를 조병장이 조각케익을 사서 나눠먹었다. 다음주 근교로 놀러 갈까 했던 것은 연말로 미뤄졌다. 그 주말에 다른 일정을 금방 끼워넣었다. 내게 연말까지는 정말 할 게 많은 시간인데 영내에 있는 친구들은 그 사이에 휴가가 한 번이 없는 경우도 있어 밖에서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Trix 전역을 즈음해 내려가 보려는 생각이었는데 같이 갈 사람들 일정을 생각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안국에서 청량리까지 택시비가 만 원 가까이 나올 정도로 복잡했다. 논술 터진 날이라서 그랬는데 택시가 엉뚱한 교회로 데려가는 통에 결국 좀 늦고 말았다. 교리상 채식 위주, 무카페인 음식이 인상적인 결혼식이었다.

그보다 앞서 금요일에 실로 오랜만에 TessMon lit에서 포도주 한 병을 나눠마셨다. 내가 예상했던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피곤해하고 있었다. 할 얘기가 많아서 좋았다. 술에 비해 할 말이 부족하면 힘이 든다. 종업원이 피자 주문을 잊어버렸는데 보르도에 배가 불러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나았다. 몽리는 가로수길에 들어찬 벅찬 바람이 다 빠져도 그대로 있을 것 같은 몇 안 되는 가게(1호점)인데 지난 번에도 계산 실수를 했고 이번에도 주문을 버린 것은 칭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상관없이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집 밖에서 포도주를 한 잔 넘게 마신 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잘 안 난다. 집에 싼 로제 한 병이 있으니 자몽주스 사 가야겠다.

  1. 여행유전자

    괜저님 사진 보는 즐거움이 좋아요 🙂

  2. 김괜저

    찍는 재미도 좋아요 🙂

  3. j

    저는 이제껏(21세) 자몽주스를 마신적도 자몽을 먹은적도없는데 맛있나요? 뭘 섞어야 맛나나요?

    근데 사진 참 감각돋으시네요.

  4. 김괜저

    그냥 잘라서 꿀 찍어드시면 맛이 감각돌거에요.

  5. lime

    항상 저랑 비슷한 곳을 다니시는데, 사진을 보면 참 새롭단 말이죠…

  6. 김괜저

    그런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