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석파정에 갔었다.

석파정은 부암동 인왕산 기슭에 있는데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홍근의 별장이었다가 흥선대원군 소유로 넘어갔다가 전후 이 사람 저 사람 것이 되었다가 지금은 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 소유이다. 이 많은 남자들이 거쳐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바로 이 나무다. 나 이 나무 사주세요.

대원군은 김홍근으로부터 이 곳을 사려고 했으나 거절당하자 고종을 데리고 와 묵은 뒤 「왕이 묵은 곳에 신하가 묵을 수 없다」는 한 마디로 강탈하였다고 한다. 갑이 달라면 순순히 주는 게 건강에 이롭다. 약간 지나치게 깔끔하게 복원하여 오래된 맛이 없긴 하지만 마당 쪽으로 창이 난 사랑방에 디제이를 세우고 청나라풍 정자에서 바베큐한 고기 쌈싸먹는 잔치를 하면 원이 없겠다는 몽상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황소 포함한 이중섭 전시로 개관한 서울미술관은 큰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미술관을 깨야 석파정에 닿을 수 있다.

이 일정을 마지막(내 기준)으로 별 일 없이 사는 누나는 연구국으로 출국했다. 한 분께서 우리가 남매냐고 물어보셨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금요일에 한 번 더 만나 만든 공책을 선물하려고 했는데 내가 사정이 안 되어 불발. 어쨌든 누나 덕분에 서울에 있는지도 몰랐던 뜻밖의 경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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