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마음이었다.

갑 되시는 분이 출장중이라 혼자 일하고(…) 있다. 오늘이 아니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점심을 혼자 먹는 일이 종종 있다. 강남역에서 혼자 점심 먹을 곳 찾는 것 흔히들 해봤을 고역인데 상가음식 괜찮다면 영동프라자 쇼핑센터 밥집들이 꽤 먹을 만 하다. (내 또래엔 이 주변 학원에서 십 년을 보냈어도 영동프라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굳이 쓴다) 오늘은 아빠곰 돈까스를 먹었다. 튀김은 평범한 빵가루 튀김에 고기가 꽤 맛이 있고 밥을 잘 짓고 야채를 산처럼 준다. 육천원.

병신 인증인지 모르겠는데 단지내 상가나 지하상가 같은 곳들은 강남에서 더 자주 가게 된다. 은마아파트 상가야 일부러 찾아갈 만 한 곳이고 잠실에서도 보통 혼자면 장미상가에서 먹는다. 강남에서 더 자주 가는 이유……. 비싼 동네에서 그나마 싸게 먹으려는 기본 논리에, 유학 참고서 만들다 왔으면서 꼴에 낮은 데로 임하는 양 또는 비범한 취향이 있는 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더해지는지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다. 잠실에선 육천원에 밥 먹고 무인양품 가서 밥값만 한 칫솔 같은 걸 사겠지. 이런 건 전부 같은 날에, 최대한 단숨에 해야 그 간극을 더 짜릿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마음이었다.

어제밤 명동에 들렀는데 CGV 앞에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길래 뭐지 싶었는데, H&MMaison Martin Margiela 합작 개시 기다리는 것이었다. 너무 춥겠다 싶었지만 다들 무척 즐거워 보였다. 페이스북을 보니 뉴욕에서도 텐트 치고 기다린다는 친구들이 있었다. 희생자(victime de la mode)보다 공평한 이름이 필요하다.

  1. 베리

    저도 은마상가 가끔 찾아가요 ㅎㅎ 은마상가쪽 말고 개포동쪽인가…그 근처 상가에 양파랑 양배추 가득 넣고 떡볶이 만드는 곳이 있었는데 맛있었어요~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

  2. 김괜저

    은마상가 칼국수 먹고 지병이 나았어요.

  3. 미리내

    오오 뭔가 고급정보.

  4. 김괜저

    은근히 모르더라고요들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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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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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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