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산바위 기슭에서 요 깔고 잤다.

강원도에서 근무 경력 십 년의 부친과 학교 생활 삼 년의 본인, 관련 뒷바라지 경력 십수 년의 모친 이렇게 함께 승진, 전역, 생신을 기념한 강원 주말여행을 이틀간 다녀왔다. 승진은 좋은 일 치고 무지하게 힘이 많이 들어가는 좋은 일이었다. 축하해 주는 사람, 위로할 사람을 챙기느라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아빠와 논문 쓰고 어깨 병원 다니느라 역시 바쁜 엄마에게 필요한 여행이다. 그러나 아빠는 몇 시간마다 전화 보고를 받아야 했고 엄마는 숙소에서 논문을 펴 놓고 고심하는 풍경이었다. 꼴찌로 출근해서 일등으로 귀가하는 아들놈이 숙소 내 마트에 내려가 하겐다즈며 군것질거리를 사 갖고 왔다. 어쨌든 요를 나란히 깔고 한 바닥에서 자는 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됐다는 것이다. 아들이 다 커서 징그러우면 징그러울수록 구들장이 따뜻해진다. 한편 가련한 우리 동생은 지구 반대편에서 미니마우스 같은 옷을 입고 아이스크림 통을 긁고 있었다. 내일이 생일인 씨스터야, 조금만 더 욕보거라. 아프니까 ㅊ…….

첫날은 용평에서 황태국 점심을 먹고 고랭지 양파를 큰손 구매하고 (돌처럼 단단하다 뿌듯하다) 진부 월정사를 산책하고 주문진서 바닷바람 쐐고 나서 단골 도루묵집에서 구이와 탕을 먹고 울산바위 기슭의 숙소로 들어갔다.

  1. j

    참 훈훈한 글이네요. 사진도 …

  2. 김괜저

    훈훈한 사진…

  3. 가벼운구름

    우훗 졸업하고 학교 한번도 안 갔는데 ㅋㅋ 학교 많이 변했늬?

  4. 김괜저

    이번엔 그냥 지나가기만 한 것. 작년에 가 봤을 땐 대충 비슷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