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뒤집어보았다.

집에서 심심한데 DSLR은 있을 때는 주위 물건들을 가까이에서 찍어보면 좋다. 접사가 가능한 렌즈가 없으면 사진기에 렌즈를 뒤집어 붙여보면 좋다. 조리개는 팍 열고 이리저리 기울여가며 찍어봅시다. 백내장이 진행 중인 듯 하늘하늘 얕은 심도로 벌레의 시점에서 볼 수 있다.

안경을 바꿨다. 사진에서 위에 보이는 것에서 아래에 있는 것으로 바꿨다. 똑같은 안경이다. 부러져서 접착제로 붙혀서 써 왔는데 붙이니까 접을 수 없게 되고 접을 수 없으니까 여기저기 굴러다니게 되고 그러니까 흠집이 나고 그렇게 일 년 반쯤 쓰니까 눈에 폐가 말이 아니었다. 가볍고 요리조리 구부러진다는 점도 살짝 빛이 비칠 정도의 회색도 마음에 들어서 그냥 같은 걸로 했다.

전쟁기념관을 지날 때에 문득 세주에게 문자를 보내서 지금 어디냐고 물었다. 삼각지라고 했다. 나도 삼각진데? 그러자 방금 봤다고 파란색 옷 맞냐고 했다. 같은 길을 나는 걸어서 세주는 버스로 지나고 있었다. 녹사평에서 잠시 후에 만나 차를 마시면서 우리는 이제 뭘 하나를 주제로 얘기를 길게 했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려워도 가끔 주위의 모든 것들이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싶은 느낌이 있는데 나는 요새 그런 느낌이 종종 든다.

  1. 겨울소녀

    날씨도 좋고, 컬러도 좋네요. 🙂

  2. Y

    나도 하기 싫은 축구 하다가 CBJ 가 찬 공에 맞아서 눈 찍히고 안경 부러졌음 말년에 실명이라니 ㅇㅅㅇ

  3. 매화향기

    자신의 기록물이야 말로 자기 연찬과 성찰의 기록이지요. 별거없는 제게도 놀러와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