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맥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셨다.

금요일 밤에, 사람이 강을 이룬 강남에서 동기 권형과 소위 안을 만났다. 병사 동기와 사무실 장교가 헤어진 지 이 주 만에 역전된 관계로 만나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흥미로워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안에서도 지금도 그냥 여전한 사이이다. 안이 안에서 겪는 지속가능한 고충과 지나간 생일을 축하하는 수다를 (깨끗하고 괜찮았던 양꼬치 집에서) 떨며 시작했지만 곧 보다 진지하게 나눌 얘기가 있었던 권형에게 곧 중심이 옮겨갔다. 그에 맞추어 더블린으로 자리도 옮겼고 우리는 무겁다고밖에 표현하기 힘든 현실에 갑자기 뛰어든 복학스러운 정황 속에서 다행인 것들을 하나씩 찾아 제시하면서 흑맥주를 마셨다.


토요일에는 블로그로 안 지 오 년이 된 선호님을 처음’뵀’겠습니다. 장소를 잘못 잡으면 왠지 큰일이 날 것 같은 긴장감에 녹사평 Craftworks를 골랐고 브런치는 즐거웠다. 말이 잘 통할 것이라는 건 알고 갔기 때문에 쉬웠다. 주문 내용을 휴대전화에 툭툭툭 받아적는 신개념 종업원분도 재밌었다. 이 분은 내가 그릇을 비우자 같은 요리를 또 갖다주시려고 하기도 했다. 이곳은 한국의 명산 이름을 붙인 맥주들을 파는 걸로 유명한데 맛보기 차림에서 하나가 준비가 안 됐다며 곧 가져다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없었다. 그런 것은 없었지만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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