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도 한다.

누가 그러는데 나는 걱정도 없고 고민도 없고 자신감에 가득 차서 안 해도 되는 걱정과 고민을 만들어서 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걱정이 없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휴가 나왔을 때 한두 개씩 찍어놓은 분홍색 커피빈 적립증 일곱 개인가 중에 네 개가 이번 달까지 써야 하는데 커피빈에 갈 일이 잘 없는 게 걱정이다. 그런데 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걱정이다. 인조 가죽이 접착제랑 궁합이 안 좋아서 걱정이다. 뒤돌아 볼 필요 없이 덧신처럼 발이 푹 들어가는 까만색 Aldo 신발이 밑창이 닳아 없어지려고 해서 걱정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웃옷 주머니에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넣고 다닐 때가 많은데 어떤 옷에는 주머니가 사선으로 달려 있어서 자꾸 흘러내린다는 것이 걱정이다. 냄새가 전혀 안 나는 입술 보습제를 갖고 싶은데 못 찾겠어서 걱정이다……. 걱정이 많아 힘든데 놀리는 것 같다면 미안하다. 나도 제법 정신 붕괴될만 한 굵직굵직한 걱정들도 있다만 벽을 높게 올려서 안 보이게 해 놓은 것. 쌓는 데 오래 걸렸다.

블로그를 미천한 창작 발산수단으로 쓰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쏟아내는 데 쓰는 사람들도 많고 그것도 나름 건강하지만 나는 평소의 나보다 여기에서 더 날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나를 직접 만나면 날것의 나를 확인할 수 있다. 요새 어쩌다 보니 주로 블로그를 통해서 나를 ‘알아온’ 사람들 몇 명을 연달아 만나고 있다. 무척 즐거운데 상대방도 나만큼 즐거운지 모르겠다. 처음 만나면 인사로 <무한도전>처럼 「괜스레~저렇게!」라고 소리치면 멋있을까? 당췌 멋있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1. 김괜저

    친일친일 열매를 먹었습니다.

  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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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김괜저

    안녕하세요! 써볼게요!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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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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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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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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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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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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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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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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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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