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생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안양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학원가를 지났다. 학원가는 변화무쌍한 것 같지만 늘 그대로인 곳이라 가면 항상 중학교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나오지도 않았기에 이곳의 고등학생들은 동생들이 아니라 형 누나들로 보인다. 평면조형에서 스케치북을 끼고 나오는 미대입시생들이 나보다 더 성숙해 보일 때도 있다. 오히려 학원 건물 일층에서 캔맥주를 마시는 외국인 강사들이 더 친근한 인상을 준다. 중학교 내내 착실히 다녔던 학원이 바로 저기인데, 그때도 지금도 내가 그 거리에 있다는 것이 어색했다. 어려서부터 교육은 욕망과는 무관해야 한다는 흐릿한 생각에 집착을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그렇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에 갈 때는 노란 봉투에 돈을 가져오라는 선생님이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방학에는 점심을 아이들과 몰려가 어디서 사먹고 와야 한다는 것도 어색했고 김밥천국이나 신포우리만두에 좋아하는 음식이 없다는 것도 별로였다.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에는 다른 반이었던 학교에서보다 학원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냈었는데 여자친구랑 단 둘이 있을 때는 뭘 하면 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서 그런 시간이 아주 더디게 갔다. 나중에 특목고 입시를 준비한다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집에 올 때에는 노란 나트륨 빛이 뿌연 사거리 건널목에서 돈이 궁한 형들을 만날까 연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때의 나는 아직 위로 대신 마음만 받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방한복처럼 감싸기 전이었다. 그 때 걔를 한 번 만나서 좋아하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사 먹이고 싶다. 지금의 나는 공장형 목축업에 저항한다고 그 닭을 끊었단 말이다.

학원가 사진처럼 보이게 글이 됐는데 사진은 맞후임 둘과 선임 한 명과 동대문 먹자골목에서 밥 먹었던 날이다. 먹고 나서 동대문을 돌면서 인조 가죽이랑 똑딱이 단추, 스펀지 포 같은 것을 사 왔다. 광장시장에서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없는 식혜를 사 마셨다. 광장시장에서 샀다고 이런 것까지 좋아하며 마실 수는 없었다.

  1. 별일없이산다

    배신자

  2. 김괜저

    종로3가 안 갔어요 동대문쪽에서 먹었음ㅎㅎ

  3.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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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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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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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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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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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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