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을 내려다보는 나라에 사느라 고생이 많다.

요즘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을 교화와 명랑화가 필요한 대상으로 내려다보는 태도가 도를 지나쳐 화제가 되고 있다. 박정근씨가 다음달 실제로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나는 그야말로 가만히 앉아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할 정도로 화가 치밀 것이다. 내 트위터 지면을 넓게 넓게 쓰던 분인데 요 얼마간의 모습을 보면 응원을 받으며 병맛 긍정이다가도 망연자실하고, 다시 조금 튀어오르고, 다시 더 망연자실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나이는 큰 경험을 하고 나면 습관적으로 ‘배웠다’고 말하는데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래 살면 배우는 것이고 그것이 경험을 제공한 자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들리면 큰일이다.

공군 어학병으로 입대하고, 기본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어학병들은 어떻게 따로 데려가지 않을까, 여기 이렇게 같이 두다니 어딘가 잘못됐어,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아 불안했던 차에 드디어 우리를 처음 모아서 소대장이 전달한 말은 기무사령부로 배속될 기무 특기병을 어학병 중에서 뽑겠다는 것이었다. 모인 사람 전원이 지원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업무가 편하고 대우가 좋대도 민간인 사찰을 하던 옛 보안사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못 될 거라 생각한 게 나뿐이라는 것이 이상했다. (당시 사찰에 동원돼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생을 동시에 살다가 결국 탈영 폭로한 게 갓 입대한 이병이었다는 점이 자꾸만 떠올랐다.) 강도높은 신원 조사가 싫고 하던 블로그를 계속 하고 싶은 사람도 나뿐이었나보다. 나는 그렇게 혼자 설명회에서 빠져나왔고 그냥 어학병으로 배속을 받아 결과적으로 사상에 대한 검열이 비교적 덜한 좋은 환경에서 군생활을 끝냈다. 그러나 기무사가 군인들 SNS를 무차별적으로 검열해 처벌하고 휴가 장병 집회 참석 감시를 목표로 사찰하는 등의 일들은 내 복무기간동안 점점 잦아졌다. 원래 군대가 그랬다 이상으로 정훈은 계속 강화, 극단화되는 것이 보였고 트위터로 입 잘못 놀려 군복 벗은 사람들 얘기를 숱하게 들었다. 총리실 민간 사찰 얘기에 기무사도 함께 뉴스에 한창 오르내리던 때에는 그리로 뽑혀 간 훈련소 동기 얼굴이 생각나면서 무척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기간장병이라도 군인은 직업인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선 사람이라면 불편할 것이다. 머리를 기르고 휴대전화를 쓰고 군사훈련을 안 해도 찜찜하다는 것이 사역이었을 것이다. 물론 군보다 높은 군, ‘신의 군대’라 불리는 곳에 몸담았다는 자부심이 좋아 잠자리가 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니 난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다.

말이 기무사 얘기로 샛는데, 군이건 밖이건 수사기관들이 국가안보를 핑계로 권력이 삐친 사람들을 두더지 놀이하듯 팡팡 내려찍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방식을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데는 상당히 두꺼운 안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가 ‘너무’ 민주적이라서 칼 뽑아놓고 눈알 부라리는 사람이 없으면 위험한 주장에 죄다 매수돼 나라가 주저앉아 버릴 것이라는 그 걱정. 조선시대에는 동네 어귀에 판 펴놓고 나랏님 욕도 하고 했다는데 지금 임금님은 상처를 굉장히 쉽게 받는 분인가보다. 점호 때 생활관에 모여, 당직 계통을 타고 온 사관의 간곡한 「군인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및 「상관 모욕은 안 된다」는 말. 찬양은 되고 비판은 불가인 중립의 새로운 정의와 선거 때만 해도 내게 한 표 부탁한다고 눈웃음을 짓던 사람이 내가 한 농담을 빌미로 날 영창 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복습하면서 지냈다. 몸을 사렸다. 이 블로그는 그 결과로 내가 군인이던 이 년간 커다란 얘기들을 쏙 뺀 담백한 음식·사진블로그로 예쁘게 자리잡았다. 불만은 없지만 그동안 치고 싶었던 드립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 맘껏 뱉고 싶지만 민간인이라고 딱히 얼마나 더 자유로운지도 모르겠다. 너무 아픈 농담은 농담이 아니었음을…….

  1. 마말

    “90% 남자 생각”이라는 다음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면 좀 답답하다. (링크: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2078/read?articleId=15497152&objCate1=497&bbsId=G005&itemId=143&pageIndex=12&t__nil_ruliweb=txt&nil_id=2) 글쓴이가 “60키로만 안넘으면되” 라는 말을 독자들이 탐탁치 않게 여겨 저거 지우라고, 수정하라고, 사과하라고 요구한거 같다. 젠장 글쓴이가 저거를 왜 수정해야 되지? 표현의 자유가 조금 더 넓은 인터넷에서 조차 감놔라 배놔라가 많다. 정부차원의 검열문제는 전사회적으로 앓고 있는 문제의 작은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2. 김괜저

    저런 글까지 읽으며 속 썩히면 건강에 안 좋다ㅎ

  3. 681

    쏴!!!!!!!!!!!!!!!!!!

  4.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