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찰 추산 120만명과 불꽃놀이를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120만명에 섞여서 본 것은 아니고 친구를 잘 둔 덕분에 63층짜리 건물에서 통창으로 내다보았다. 여의도역에서 건물까지 가는데 한 번도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공중부양 상태로 약 1년 정도 걸렸지만 백만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제법 괜찮았다. 집을 나갈 땐 나도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간 거라 「친구네 회사에서 불꽃놀이 한대서 갔다올게」했는데 과천부터 역마다 돗자리 메고 모인 사람들을 보니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 많은 곳, 그러니까 평소에 많아서 걸리적거리는 강남역 같은 데 말고, 특별한 일로 누구 하나 어느 구석에서 깔려죽었을 것 같은 그런 곳 정말 좋아한다. 사실 그걸 보러 간 게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운을 띄우니 여의도에 온 친구들이 한둘 더 있었다. 건물 너머에서 울리는 폭발소리를 듣고 처음 드는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사격장이었다.

파리에서 혁명기념일에 보았던 불꽃놀이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 그날보다 사람은 아마 수십 배 많았을 것이다. 불꽃은 그날보다 양은 갑절 많았지만 황홀경이 규모에 비례하는 건 아니더라. 각 나라별 순서가 진행됐는데 대미를 장식한 대한민국이 데시벨과 루멘으로 압도하면서 양으로 이겨버렸다. 좀 노래에 맞춰서도 하고 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오랜만에 서울사람 모두 모인 데 가 보니 좋네. 나 없는 동안 다들 잘 지내셨구나.

─ Scissor Sisters : Fire with Fire

그 날 다들 어떻게 귀가들 잘 하셨습니까? 당산까지 걸었는데 거기도 닫아서 노량진에서 만원버스 타고 왔습니다. 저녁 대신 핫바 하나 사먹었는데 따숩고 좋더라고요. 날이 밤엔 좀 쌀쌀했는데.

  1. 김갱

    그림같네요 ㅎ

  2. 떡잎

    우와. 우와. 우와! 장관이네요! 서울 사람들 나만 빼놓고 이렇게 뽀지고 놀고 있다니. 아이고 배아파!

  3.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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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uscape

    남산을 중심으로 강건너 풍경은 콜드플레이 표지 같아요 🙂 꼭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뮤직비디오 같습니다.

  5. Y

    돈지랄

  6. chemica

    음 .. 한국엔 이런 곳도 있네요 ..
    음 .. 언제 가보나 ..^^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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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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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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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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