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실에서 건대입구까지 걸었다.

잠실나루 쪽으로 철교를 건너 디귿자로 돌아오는 경로였다. 나름대로 해가 좀 있는 날이었는데, 어정쩡하게 남은 여름용 자외선차단제를 남김없이 바른 사실이 아까워서였는지 다리를 건너면서 좀 해를 맞고 싶었다. 땀이 많이 났고 이어폰 끼고 걷다가 자전거에 몇 번 치일 뻔 했지만 걸으면서도 머리속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어 좋았다. 강폭 가운데까지 와서 양변을 보면 아파트와 기타 고층건물로 울퉁불퉁한데, 한강이 이리 넓으니 강변에 웬만한 짓을 해가지고는 큰 모양을 해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센느처럼 가는 줄기였으면 이런 건물떼가 한눈에도 무척 거슬렸을 것이다. 큰 강의 몸통도 웬만큼 더하고 빼지 않으면 변했는지 모른다. 서운한 일을 예사로 당해도 묵묵히 앉았는 착한 덩치같은 인상이 들었다.

세주와 점심을 먹으러 삼성동에 갔다가 아주 우연히 나도 제대하자마자 시작할 임시직장을 얻어 왔다. 쇠고기국밥도 얻어먹고 직장도 얻어먹었으니 세주는 정말로 구세주격이구나. 좋은 우연이었다. 예전에 하던 일들, 공군사관학교에서 하는 일과 연장선상에 있어 어려울 것 없어 보인다. 좋구나.

<유재석 오늘 득남>, 눌러 보니 금세 <유재석 매니저 득남>으로 슬쩍 바뀌어 있다. 제대로 기자생활 하시는 분들은 일부 연예기자들 보며 얼마나 속이 상할까.

  1. tropos

    사진 멋집니다:) 덕분에 언젠가 날좋은 가을날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에 내려서 잠실철교로 강을 건너 테헤란로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던 기억이 떠올라 좋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포스팅 제목만 보고 오늘 헬이었던 잠실을 직접 겪은 체험담인 줄 생각했네요ㅎㅎ 엘지두산 경기, 마룬파이브, 연고전 등 여러 이벤트가 겹쳐서 교통에 불편을 겪은 분들이 많았기에.

  2. 김괜저

    저도 들었어요. 일부러 한 번 가 볼 걸 그랬네요

  3. jaunt

    우와 첫 번째 사진 정말 예쁘네요!!

  4. 김괜저

    찍을 때 뻔한 구도에 역광이 심하고 렌즈도 더러운 등(…) 안 좋았는데 와서 좀 손 보니까 예뻐졌어요. 역시 사진은 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