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옥상에서 맥주 마셨다.

안암의 한 옥상 맥주집에서 생일잔치 겸 공사 교수부 사람들을 보러 갔다. 교수부엔 고대 출신이 유난히 많아서 그 쪽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늘 많다. 물론 많지 않아도 어느 사회에서나 우리 교우요, 하며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고대지만……. 생각하니 지나간 이번 여름엔 야외에서 밤을 보낸 일이 별로 없었다. 옥상을 쓸 수 있는 방을 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점점 현실성이 없어지고 있는 아쉬운 희망사항이다. 뉴욕에 방은 구해야 하고, 예전보다 덜 쓰면 덜 썼지 더 쓸 돈은 없으므로. 내가 삼 년 간 맨해튼에 발 붙이고 살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In March, the firm (Citi Habitats) found, the average rent in Manhattan
— now $3,418 a month — surpassed the all-time high set in the real estate frenzy of 2007.
이 회사(City Habitats)에 의하면 지난 3월, 맨해튼 평균 임대료(월 $3,418)가
2007년 부동산 광풍 때의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from an article ‘City of Sky-High Rent‘ by Marc Santora for the New York Times, April 20 2012

할렘으로 가든 브루클린으로 가든 아니면 여럿이 붙어 살든 예전만큼의 편의와 자유는 힘들 것이라 생각하며 돌아간 후의 생활에 대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려진 환상을 어떻게든 숨죽여 보려 하는데 잘 안 된다. 길바닥에 나앉아도 그 동네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걱정이다. 이십대 초반에 세계를 본 건 할렐루야지만 그건 눈높이 높이는 훈련이기도 했다. 참고로 위에 인용한 기사의 결론은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임대를 관두고 ‘약간의 부담’을 감수하며 집을 사고 있다」였다. 맨해튼에서 아파트를 예컨데 백만 불 내외의 가격으로 사려면 보통 반의 반 정도를 현금으로 줘야 하는데 그만한 돈이 있으면서 임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피 뽑아 월세 내는 사람들과 같은 ‘세입자’로 묶여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니 어딘가 불공평하다.

어쨌든 여기는 서울이었고, 그 중에서도 술이 저렴한 안암이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쉬었다. 돌아갈 때 택시를 타고 서울역을 가는데, 늦은 새벽이라 기사님이 「지금 평촌을 가는 버스는 없으니 택시로 가자」라며 자꾸 차를 돌리려고 하셔서 애를 먹었다. 안양과 의왕으로 가는 502번 버스는 두 시가 다 되도록 운행한다.

  1. serene

    넘흐 비싸서 차라리 mortgage를 받아 집을 사는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
    이곳.. 근원을 알 수 없는 무한 긍정을 이끌어 내는 곳이니까 환상이 자꾸 부풀려져도 괜찮은듯 >__< 얼릉와!!

  2. 김괜저

    누나ㅜㅜ 가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