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막창을 먹으러 갔다.

워낙 막창으로 유명한,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신촌 맛집에서 막창과 계란밥과 청하를 나눠먹었다. 군 생활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하면서도 밖에서 만나는 게 처음인 기현이형과 절친한 부대 후임친구들, 전역한 지 얼마 안 돼 여전한 모습인 강민이까지였는데 너무 즐거워서 젓가락을 두 번이나 바닥에 떨궜다. 나가는데 불러세워 탈취제를 뿌려주는 싹싹함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재밌는 건 지금껏 열 번도 넘게 지나쳤던 자리에 있는 곳이라는 점……. 지난 번 갔단 얘기 했던 헌책방 바로 건너편이다. 홍대로 걸어가서 일본풍 선술집에서 사케도 마셨다. 선술집에는 봄처럼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올 여름 더위가 가시고 이따금 굉장히 아쉬워질 때가 있다. 좋은 시절(복무기간을 콕 찝어 하는 말은 아니다) 지나갈 제에 시간이 야속하면 정을 떼려 할 것이 아니라 더욱 속으로 들어가 끝맺음을 흐드러지게 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2012라는 숫자는 너무 작다. 인간은 더 존엄해져야 하고, 인생은 더 감동적이어야 하고, 그러려면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여야 하고, 그러려면 개인은 현명해지고 사회는 유연해지며 조직과 집단은 겸손해져야 한다. 사람과 터전을 병들게 하는 것을 경계하고 하루하루가 아닌 억천년을 살 것 처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은 모두가 미물(微物)이자 동시에 신임을 받아들여 선언하고 생계와 감정전선의 고민들을 영원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배짱을 지니는 데에서 출발한다. 바닷가 절벽에 서면 분명 나 혼자뿐임에도 백만군이 뒤를 지키는 듯한 든든함과 넉넉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은 하고, 할까 말까 싶은 일은 실행에 옮기고, 거둬냈을 때 그 속이 더러울까 두려워 걷지 못하는 구식장판처럼 마음에 깔려 있는 환영의 체계들을 혼자서 힘들다면 지적(知的) 이웃의 도움을 받아 말끔이 치우자.

  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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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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