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격렬한 접영의 여파로 쑤시는 어깨를 붙잡고 꽉 막힌 오른귀를 세우고 주문한 음료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공설운동장에 수영을 하러 간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귀에 물이 차 막혀버렸다. 원래는 수영 중에도 귀에 물 찬 느낌이 들면 바로 털어버리는 편인데 간만에 하는 물질이라 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바닥이 막 깊어지는 경사면으로 된 상급자 경계에 있는 영로(泳路)를 썼는데 자유수영 하러 온 여중생이 무섭게 따라붙어서, 몇 년 만에 온 주제에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보다 몸을 혹사시켰다. 집에 돌아가는 자전거가 휘청거렸다.

오후 내내 오른쪽 귀가 안 뚫린 상태였는데, 곧 펑 하고 뜨듯한 물이 새나올 것 같이 약하게 막힌 기분이라 그냥 둔 것은 잘못이었다. 밤 약속을 마치고 집에 두 시 쯤 왔을 때까지 영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아 오밤에 한발로 콩콩 뛰고 머리건조기로 말리고 해 본 뒤 오른쪽을 아래로 가게 해 놓고 성한 귀로 Pale Blue Eyes를 들으면서 잤는데 (얼마 전 영화 Adventureland를 봐서 이 노래가 다시 재생목록 최상단으로 올라섰다) 아침에 되레 악화됐다. 염증이 확실해서 이비인후과에 가려는데 일요일인고로 응급의료정보센터를 활용, 진료 가능한 곳을 검색했다. 생각보다 무척 잘 되어 있는 체계가 기분 좋기는 했지만 집에서 자전거로 갈 만한 거리에 있는 의원 중에 일요일 오후까지 진료가 되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굳이 소아과에 가거나 멀리까지 나갈 일은 아니라 목적을 갑자기 상실한 자전거를 타고 커피집에 나와 이렇게 앉아 있다. 격렬한 접영의 여파로 쑤시는 어깨를 붙잡고 꽉 막힌 오른귀를 세우고 주문한 음료를 기다린다. 이렇게 얼마간지내면 좌뇌가 퇴화하지는 않을까? 내일은 아침 먹자마자 의사 양반 뵈러 갈 거다. 두 귀 모두 필요하다.

  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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