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록색 수영복을 샀다.

Jay를 다시 만난 건 이 주 후 강남이었는데,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수영복을 고르고 있을 테니 그리로 오라고 했다. 선수용 빨간색 수영복을 어디 잘 찾아보면 있겠지마는 좀 눈에 덜 띄는 걸 입고 싶다. 어두운 초록색 반바지로 샀는데 굉장히 마음에 든다. 강남에서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는 상황은 자주 있기에 머리 굴리지 않고 그냥 Cafe Slow 정도, 그리 나쁠 건 없는 곳이면 들어간다. 백포도주를 시키고,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의 사업계획을 들었다. 옆 식탁에는 다름아닌 8기 신재원 선배가 앉아있다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 왔다.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것 같은데 이런 신기한 일은 일어나면 날수록 좋다.

초록색 수영복은 작은 게 맞을지 중간 치수가 맞을지 살짝 고민한 뒤 골랐고 교환이 안 된다기에 살짝 주춤했지만, 입어보니 맞춘 듯 잘 맞는다. 까만 면 수영모자나 하나 사서 수영 가야겠다.

전역하고 뉴욕에 돌아가기까지 삼 개월 남짓 시간이 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하려는 게 여럿 있다. 일단 지난번에 말한 낙천주의 연구를 진행하고, 디자인 또는 유학 과외, 번역 등으로 돈을 벌 거다. 더불어 대선까지 매우 활발한 전에 없던 정치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군인 신분으로써 제한되었던 자유이자 타국에 돌아가 이방인이 되면 거기서도 누리기 힘든 자유이기 때문에 올 가을 겨울은 매우 치열해야 될 것 같다. 이 년 동안 아낀 말을 몽땅 할 것이다.

  1. 똥쟁이

    이제 곧 전역이시겠네요. 제 친구랑 같은 날 입대하셔서 기억이나네요.
    댓글 남긴 적은 없지만 항상 잘 구경하고 있답니다~
    군생활 마무리 잘 하시구 계획하신 일들도 잘 진행되길 바라요!

  2. 김괜저

    고맙습니다!